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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수필

낮은 구름 / 정승윤

by 안규수 2023. 12. 9.

 

                                                                            낮은 구름 / 정승윤

오늘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구름은 균일한 높이로 떠 있었고 새삼 그 위 세상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나는 낮은 구름 아래를 걸어간다. 구름 위에는 빛이 있다. 가끔 구름의 균열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온다. 구름이 어찌나 낮은지 나는 구름 위에서 지는 해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울한 구름 너머로 석양이 맑게 침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구름을 사랑한다. 다른 혹성에는 없을 지구만의 구름을 사랑한다. 오늘은 정말 죽기 좋은 날이다. 낮은 구름이 물 위 세상과 물 밑 세상을 가르고 있다. 나는 물 위로 떠올라 맑게 침전하는 석양을 보고 싶다.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베가성星도 보고 싶다. 내가 본 죽음은 영원한 일몰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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