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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산/나석중 산 정수리에 꽂을 깃발도 없이 뺏고 빼앗기는 무슨 고지전이라도 치르듯 산을 건성으로 읽으며 오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산기슭이나 길섶에 있는 둥 마는 둥 낮게 엎드려 사는 풀꽃이 눈에 띄었다 아니 그가 먼저 구름 낀 나의 눈꺼풀을 열어 주었다 그들의 온갖 삶을 기웃거리다.. 2015. 2. 1.
신령한 소유(所有)/구상 이제사 나는 탕아(蕩兒)가 아버지 품에 되돌아온 심회(心懷)로 세상만물을 바라본다. 저 창밖으로 보이는 6월의 젖빛 하늘도 싱그러운 신록(新綠) 위에 튀는 햇발도 지절대며 날으는 참새떼들도 베란다 화분에 흐드러진 페츄니아도 새롭고 놀랍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한편 아파트 거실(居.. 2014. 11. 6.
헛것을 따라다니다 /김형영 내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 내.. 2014. 10. 11.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박남수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 - 박 남 수 - 1 어느 날, 나는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당신의 눈에 낀 안개 같은 것, 새가 죽어, 눈에 끼던 산안개의 흰빛이 나의 어두운 거울에 히뜩 지나가는 그 순간에, 나는 어딘지 분명찮은 숲속을 날고 있었다. 겨울 마른 나뭇가지가 어른.. 2014.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