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을 읽고
이 소설은 콜롬비아 출생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으로 1972년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베네수엘라의 로물로 가예고스 상을 수상하고, 198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나로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작품으로는 이 소설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백년의 고독>은 사실과 환상, 실제와 죽음이 공존하며 신화가 혼합 된 듯한 무척 특이한 소설로 1,2권을 읽는데 열흘이 넘게 걸린 참으로 읽기 힘들었던 작품이다.
소설속 등장인물이 100년 동안에 걸친 호세아르까디오 부엔디아 가문의 자손들로서 남자는 아르까디오 아니면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이어 받고, 여자는 우르술라, 아마란따, 레메디오스라는 이름을 이어 받아서 구분하는데 몹시 어려움을 겪었다. 즉 호세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 부부의 6대에 걸친 수 십명의 자손이 관습데로 조상의 이름을 이어 받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사촌인 우르술라와 결혼하여 고향을 떠나 외부 세계와 멀리 동떨어진 밀림속의 마꼰도라는 마을을 건설한다. 이곳에서 부엔디아 가문의 6대에 걸친 고통과 절망, 사랑이 펼쳐지고 있다. 자원이 풍부하고 위기의식도 없으며, 사망이 없는 영생낙원 인 것이다. 이 소설의 역자 조구호님은 마꼰도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마꼰도는 신화적 레벨에 있어서 에덴의 은유를 내포하고 있는 죽음이 없는 세계이자,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는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된 신대륙, 아메리카를 상징 한다.’*
그러나 자연그대로의 삶을 유지 하고 있던 마꼰도는 현대문명의 침투로 말미암아 퇴락의 길을 걷게 되고, 고독한 마을로 변해 백년이 흐른 후 결국 몰락하고 만다.
이 소설의 주제는 <고독>이다. 부엔디아 자손들은 유전적으로 불면증과 고독을 이어 받는다. 부엔디아 가족 중에서 가장 고독한 인물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다. 그는 타인과의 우정이나 내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가장 많았던 인물이다. 고독하게 자란 그는 1,000일 전쟁의 영웅으로서 권력을 소유하지만 숙명으로 이어 받은 고독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가 묶어 있었던 밤나무 아래서 고독한 시체로 발견 된다. <고독>은 가문을 지배하는 공통의 조건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고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 때 미국인 기업 농장주가 마꼰도 마을에 거대한 바나나 농장을 건설하여 기차가 들어오고 유흥가가 들어서기도 하여 마을이 몰라보게 변한다. 그러나 농장주의 부당한 대우에 노무자들이 반발하자 부패한 정부는 군대를 파견하여 3,000명이나 되는 노무자를 모두 사살하고 농장주가 떠나자 마을은 폐촌으로 변해 버린다. 자연이 주는 쾌적한 환경속에서 영원한 유토피아를 꿈꾸던 마을이 서구 문명이 들어오면서 지옥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어느 해에 장마가 4년 11개월 2일 동안 계속되어 대 홍수가 일어나고, 목재로 만든 집이 흰개미에 의해 부서지고, 집안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벌레가 창궐하여 집이 폐허로 변해가기 시작 한다. 또한 10년 동안 가뭄은 <낙원>에서 저질러진 타락의 정화와 다가올 신생을 말하고 있다. 이는 그 속에 내재된 고독성을 상징하고 있다.
고독과 더불어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근친상간이다. 이런 근친상간의 내면에 바로 고독이 존재한다. 이것이 마꼰도의 타락과 몰락의 원인이 되고 이 모든 것은 결국 신의 노여움으로 귀결 된다.
마꼰도 마을 초창기에 공연차 들렸던 집시 중의 한 사람인 멜키아데스는 평생을 부엔디아의 집에 머물면서 알 수 없는 문서를 심혈을 기울어 양피지에 작성한다.
100년후 멜키아데스가 작성한 문서는 산스크리티어로 된 예언서임이 밝혀졌고, 부엔디아 가문의 번성과 몰락은 이 예언서 데로 이루 워 진다. 아무도 이 예언서를 해독하지 못 하다가 마지막 후손인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해독한다.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는 이모인 아마란따 우르술라를 끔찍이 사랑하게 되고, 그녀는 아기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죽게 되는데, 태어난 아기에게 돼지꼬리가 달려 있다. 당황한 바빌로니아는 정신없이 이웃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헤매는 동안 아기는 개미들이 물어 죽여 개미굴로 끌고 가버린다. 공교롭게도 바빌로니아가 이런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양피지의 예언서가 해독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 양피지 예언서의 표제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가문의 최초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마꼰도를 건설한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말년에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에 의해 나무에 묶여진 채로 오랫동안 살다가 죽었고, 마지막 후손인 바빌로니아의 아기는 개미 밥이 되었다. 이 예언서에 의해 마꼰도 마을이 백년의 고독한 운명을 타고났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백년의 고독은 소설의 전개 과정이나 구성도 특별 하지만 또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호세아르까디오 부엔디아의 아내 우르술라는 115살 까지 살고, 호세아르까디오 부엔디아의 둘째 아들 즉 반군 활동을 주도한 아우렐리아대령의 정부 삘라르테르네는 145세까지 산다는 대목이다.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들이 이미 죽은 사람의 혼과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여, 실제와 죽음을 자연스럽게 공생시키기도 한다.
‘혼자 있는 동안,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끝없이 연결 되어있는 방들에 대한 꿈을 꾸며 즐기곤 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침대 머리판을 쇠붙이에 다듬어 만든 똑같은 침대와 똑같은 등나무 소파가 놓여 있고, 안쪽 벽에 똑같은 성모마리아의 작은 초상화가 걸려 있는 다른 방으로 건너가는 꿈을 꾸곤 했다. 중략
그가 사방에 거울을 세워놓은 회랑 안에서처럼 이 방에서 저방으로 드나드는 걸 즐기고 있을 때면, 마침내 쁘르덴시오 아길라그가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곤 했다. 그러면 그는 꿈에서 현실로 깨어나면서, 건너갔던 방들을 반대 방향으로 되건너와서 현실의 방에 있는 쁘르덴시오 아길라그를 만나곤 했다. 사람들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를 침실로 옮겨온 지 두주일이 지난 어느 날 밤, 그가 어느 때처럼 중간에 있는 어느 방을 지나고 있을 때 쁘르덴시오 아길라그가 그의 어깨를 쳤는데, 그는 그곳이 현실의 방이라고 믿고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 버렸다.‘<1권 P211>
이 작품에서 마콘도의 역사와 이 마을을 세운 부엔디아 가족은 콜롬비아의 실제 역사인 동시에 지리와 신화에 뿌리를 박고 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일으킨 서른 두번의 반란은 콤롬비아 독립이후 끊임없이 진행 되었든 좌.우 이데올로기의 투쟁 역사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역시 조구호님이 내린 결론이 적절한 것 같아 여기 옮긴다.
‘라틴 아메리카인뿐만 아니라 세계인과 그들의 삶의 정수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과 시적 환상이 마술적으로 융합 되어 있는 그의 소설 세계는 현실의 지평을 무한히 확장 시키면서 20세기를 위협한 부조리한 요소들을 까발리고, 도덕적 분노를 표출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면서, 다시 말하면 우리의 영원한 가치인 사랑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현데 사회의 삶, 그리고 문학의 새로운 좌표를 형성해 주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환상, 신화와 민담을 버무려 현실적 묘사를 능청스레 넘나드는 이야기는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때로 애로틱하고 슬프도록 허망하기도 했다. 아무튼 작가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마꼰도와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에 대한 탐구, P7 .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