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사진)

어머니와 동태찌개

안규수 2017. 2. 5. 15:02




어머니와 동태찌개

 

오랜만에 동태찌개가

밥상에 올라오면 내 눈이 번쩍 빛났다.

 

가운데 토막을 먹으면 원이 없겠으나

아버지 눈치를 봐야 했다.

 

엄청 엄했고 과묵해서

때론 무섭기까지 했던 아버지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밥상머리에서 제멋대로 했다간

밥그릇을 빼앗기고 쫓겨나기에 십상이었다.

 

밥 한술에 반찬 한 가지가 원칙이던 시절

투정부리다가 밥상머리에서 쫓겨나

밥 먹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는 심정은

세상이 무너지는 설움이었다.

 

어쩌다 동탯국을 먹을 때가 있었다.

어머니는 동태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어머니 몫은 늘 생선대가리였기 때문이다.

 

어두일미니, 어두진미니, 하면서

생선은 대가리가 최고라고

누가 묻지도 않는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맛없는(?) 생선 가운데 토막은

아버지 앞에 놓았다.

 

어머니는 생선대가리를 입에 넣고

밥사발 뚜껑에 뼈만 뱉어냈다.

 

나는 아무리 따라 해도 수십 년 해온

어머니 그 솜씨를 어이 흉내 낼 수 있을까.

 

무를 넣고 끓인 동태찌개가 먹고 싶다.

아, 그리운 우리 어머니…….


*김경수 / 본명 김진모 SG.Engineering 대표




배경음악 : ♬ Amazing Grace - Giovanni Marra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