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편지

주님은 아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를 변화시키셨다

안규수 2023. 2. 15. 09:44
 
 
좋은 아침, 행복한 아침입니다. ^0^ 
 
지난 간 밤에도 평안한 쉼의 시간을 보내셨는지요?
오늘도 새 날, 새 호흡, 새 힘, 새 소망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가득한 멋진 하루되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축복합니다. ^0^ 
 

오늘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맞이하는 추수 감사절이었다. 
케냐에 와서 처음 맞은 추수 감사절 때는 미국에서 가져온 비상금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래서 수도 나이로비의 외국인 전용 마트에 가서  햄과 호박파이 등의 음식을 사 와서 먹었다. 
물론 칠면조 구이를 먹으면 좋지만 비싸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구경만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추수 감사절엔 비상금도 다 써버리고 없었다. 
또 미국에서 갈 곳 없이 혼자 명절을 보내는 미셸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에서 맞는 2년여 전의 추수 감사절과 이번 추수 감사절은 확연히 다르다. 
내 마음이 변한 까닭이다.

 2년 전의 나는 입술로 내가 처한 불편함과 마음 아픈 사정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음식의 이름을 쏟아냈었다. 
밤에 남편 토니와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을 바라보며 
무슨 음식이 먹고 싶은지 끝말잇기 놀이를 하듯 생각나는 음식의 이름을 말하곤 했다.

 또 일상의 불편함 때문에 짜증을 토해냈었다.
‘이 물건이 있으면 좀 더 편할 텐데’ 하며 없는 물품의 이름을 열거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눈물로 기도했고, 
가고 싶은 장소를 떠올리며 귀향 휴가 계획을 그려보기도 했다. 
꿈이나 상상은 돈이 없어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와중에 우리가 처한 모든 환경이 내가 주님을 위해서 희생해드리는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올해 추수 감사절은 좀 다르다. 
언제부턴가 토니와 나는 불편함이나 아픈 마음을 속으로 삼키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먹고 싶은 음식 이름을 더 이상 열거하지 않았고 갖고 싶은 물품도 말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울며 기도하지 않았고, 더 이상 가고 싶은 장소를 소망하지도 않았다.

대신에 우리의 모든 일상을 주시하시는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는 삶으로 바뀌고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차츰 변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주님의 현존하시는 임재가 우리의 생활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 둘 다 조금씩 새롭게 빚어지고 있다.

 토니와 나는 추수 감사절 아침에 눈이 마주치자 
“해피 땡스기빙!”(HappyThanksgiving!)이라고 낮게 속삭였다.
우리는 미국에서 명절에 주로 먹던 칠면조 고기나 
햇과일이나 견과류 등은 구할 수조차 없는 케냐의 오지인 시골에 살고 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님께 모든 게 너무나 감사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토니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패혈증에 걸려서 혈변을 보며 쓰러졌지만 죽지 않고 살아났다. 
나는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었지만 불구가 되지 않았다. 
우리 둘 다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음에도 하나님은 늘 천사들을 보내어 살려주셨다.

이 모든 사건은 예전처럼 우리의 능력을 맹신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신실하심만을 의지하도록 훈련하시는 그분의 자비하신 은혜였다.

나는 추수 감사절인 오늘만큼은 토니에게 미국에 살 때 그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먹이고 싶었다. 
그는 햄이나 베이컨이 들어간 버거를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햄이나 베이컨은 고사하고 햄버거용 빵이나 양상추, 케첩 등도 구할 수가 없다.

대신에 나는 오전에 읍내에 가서 식빵과 돼지고기를 샀다. 
그리고 목양관 옆 텃밭에서 초록색 이파리를 몇 개 뜯어왔다. 
베이컨 대용으로 돼지고기를 최대한 얇게 썰어서 구웠다. 
텃밭에서 따온 토마토를 걸쭉해질 정도로 푹 삶아서 물 같은 케첩도 만들었다.

그렇게 내가 가진 식재료 안에서 최선을 다해 추수 감사절 식사로 베이컨 버거를 흉내만 내어 완성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토니가 사무실에서 돌아왔는지 목양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손을 씻는 물소리가 나더니 그가 식탁 앞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이상하게 생긴 베이컨 버거가 놓인 접시를 발견하는 순간, 토니는 “아이고, 하나님!”(Oh, my God!)이라고 외쳤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이게 나의 최선이야, 재료가 없어서….”

토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를 가만히 안았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식탁에 앉았다. 
나는 여느 때처럼 토니가 식사 기도를 시작하길 기다리며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아무 말이 없어서 슬며시 실눈을 떴다가 깜짝 놀랐다.

토니가 햄버거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게 아닌가!


평소 말이 없고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는 남편의 눈물을 보는 순간, 나도 목이 메었다. 
우리는 한참을 함께 울었다. 
토니는 눈을 감고 울고, 나는 눈을 뜨고 울었다. 
그는 엉터리 베이컨 버거를 보고 울었고, 나는 그런 남편을 보고 울었다.

결국 토니가 펑펑 울며 식사 기도를 하면서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 추수 감사절을 맞았다. 
30년의 결혼생활 동안 둘이 음식을 앞에 두고 하나님께 그렇게 뜨거운 감사 기도를 올려드린 건 처음이었다.

주님은 아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를 변화시키셨다.

 - 동산의 샘, 제시카 윤

† 말씀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 시편 84:10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 하박국3:17,18

† 기도

주님. 저의 눈도 열어 지금을 감사하는 마음을 주시옵소서.
불평을 멈추고 지금도 우리를 응원하며 보시는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는 삶으로 바뀌게 하여 주시옵소서. 
먼저 그의 나라를 구하라 하신 것처럼. 하나님을 구하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섬기는 매일이 되게 하소서.
 
 
<오늘 아침 함께 나누는 따듯한 묵상>
 
계 2:4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아주 오래전 한 시골 학교에서 시간마다 종을 치는 종치기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종치기가 매우 슬픈 표정으로 마을의 목사님을 찾아왔습니다.
“표정이 많이 안 좋으십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종치기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며 목사님 앞에서 한탄했습니다.
“목사님이 저처럼 살아보십시오. 도저히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일을 하다가 때가 되면 종을 치러 달려가야 합니다.
전 하루에 10번씩 종을 칩니다. 1주일이면 70번, 1년이면 3천6백 번입니다.
은퇴하기까지 3만 6천 번이나 종을 쳐야 하는데 행복할 수가 있겠습니까?”
종치기의 하소연을 들은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조언했습니다.
“형제님. 생각을 바꿔보십시오. 하루에 10번만 종을 치고, 
한 시간에 1번만 종을 치면 10년이나 일을 하고 살 수 있지 않습니까?”
매너리즘에 빠지면 주어진 삶에 감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평하게 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더욱 깊어집니다.

매주 드리는 예배, 매주 드리는 찬양, 매주 나누는 교제를 통해 우리의 예배도 더욱 은혜가 넘쳐야 합니다.
첫 구원의 감격, 첫 예배의 감격을 잊지 말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감사하며, 
더 깊이 주님을 사랑하는 성도가 되십시오. 아멘!

주님, 주님을 처음 만났을 때의 뜨거운 사랑을 잊지 않게 하소서.
주님을 만났을 때의 감격이 살아있는 신앙생활을 회복합시다. <김장환, 나침반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