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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사진)

나는 3류

by 안규수 2017. 2. 25.

2017/예작 수필편지 3번 째


                                나는 3류
                                        조원표
모처럼 창덕궁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거기까지는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집에 가기 위해 
허둥지둥 지하철에 몸을 실었지만 앞에 앉은 사람에게 냄새가 나서 맞은편으로 옮겼는데 
마침 자리가 났다. 
‘아싸’ 쾌재를 부르며 앉으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중년의 여성 한 분이 잽싸게 달려오더니 
나를 밀치고 앉는 게 아닌가! 
“아주머니, 제가 먼저 왔는데요?” 
아주머니는 아까부터 맡아놓은 자리라며 한사코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아 그 상황이 참 우스꽝스럽다. 사내대장부가 그까짓 자리 하나 가지고 
화를 내기도 그렇고 앉는 것을 포기하고 눈만 멀뚱멀뚱 거리며 지하철 창밖을 쳐다본다. 때마침 
유리창 맞은편에 빈자리가 생기고 두 남녀가 머뭇거린다. 그 새를 놓칠세라 
“안 앉으실 거예요?” 형식적인 입 서비스를 하고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 다음의 상황이 
도저히 수습이 안 된다. 두 남녀는 서로 양보를 하고 있었고 나는 뻔뻔스럽게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까짓 자리 하나가 뭐라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금방 숨어버릴 심정이다.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다가 
자는 척을 했는데 깜빡 잠이 들어 전화소리에 깨보니 엉뚱한 방향의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인간만사 ‘사필귀정’이다.

2017. 2. 25 발송 운영자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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