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서평 글쓰기 요령29 울지 않는 새는 없다 울지 않는 새는 없다안규수 작가의 ‘깊은 여행’을 읽고 강대선안규수 작가의 글을 대할 때마다 가슴 한 곳이 뭉클해져 온다. 작품마다 아픔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이제 때가 되어 갈 길을 간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들면 ‘녹색 갈증’이 커지듯 가슴 안에 ‘갈증’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갈증이 글로 여행을 떠나게 했을 것이고 숲의 나무처럼 많은 작가를 만나게 했을 것이다. ‘녹색 갈증’처럼 바람에 실린 숲 향이 늘 상쾌했으면 좋았겠지만 때로는 비도 맞아 젖기도 하고 눈에 파묻혀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글을 통한 .. 2024. 10. 30.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창비에서 출판한 정지아 작가의 자전적 체험 소설이다. 이 책은 작가가 빨치산의 딸이라는 태생적인 아픔을 소설로 잘 녹여낸 책이다. 정지아 작가는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쓰면서 아버지의 삶을 온전히 수용했다고도 한다. '태어나보니 빨갱이의 딸'이라는 굴레를 누가 쉽게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정지아 작가는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1990년 《빨치산의 딸》이라는 장편 소설로 데뷔했다. 이 소설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 실제 자신이 빨치산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전남도당 조직부장 정운창, 어머니는 남부군 정치지도원 이옥남이다. 이 소설은 이적표현물로.. 2023. 12. 2. 진솔한 삶의 기록, 연륜의 힘 진솔한 삶의 기록, 연륜의 힘 - 안규수 수필집 『무진으로 가는 길』 장 병 호 I 안규수의 수필집 『무진으로 가는 길』(소소담담, 2021)을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이다. 그 놀라움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의 깔끔하고 안정감 있는 필력이다. 대개 첫 작품집에서는 설익은 부분이 눈에 띄기 마련인데, 안규수의 글은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사물에 대한 정밀한 묘사나 명료한 내면 심리의 토로 등 글을 부리는 능란한 솜씨가 지극히 경이롭다. 문단 경력이 고작 십 년 남짓한 작가가 이 정도로 정제된 수준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문장수련을 해왔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그가 나와 같은 고장에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서른 해가 넘는 기간을 순천에서 수필을 써왔는데, 안규.. 2022. 11. 10. 고전古典의 숲을 거닐다 고전古典의 숲을 거닐다 「熱河日記」,一夜九渡河記 小考 안 규수 돈키호테-길 위에서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걸어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중국 근대문학의 대문호 루쉰의 「고향」에 나오는 구절이다. 좀 다르게 표현하면, 길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는 것이 곧 길이라는 의미다.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 라만차. 50대 독신 남성이 살고 있었다. 그럭저럭 살 만했는데 기사도 소설에 그만 미쳐버렸다. 낮에서 밤까지 쉬지 않고 책만 읽어대는 바람에 머릿속 골수가 말라버려 마침내 정신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일단 녹슬고 청태가 가득한 칼과 창을 들고, 투구를 쓰고,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를 타고 나서는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사나이다. 나는 문학이라는 길 위에 선 돈키호테였다. 내가 글을 잘.. 2022. 11. 10.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