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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작 수필46

인생은 천 줄기 바람이다/안규수 봄은 희망이다. 세상은 온통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숨을 죽이고 낙엽을 떨군 채 움츠려 있던 나무가 꽃도 피우고 새싹이 움튼다. 젊어서는 무심한 것들이 나이 들면서 이전과는 달리 세상의 조화가 모두 아름답고 신비스러워 자연법칙이 오묘하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어느 스승 아래 제자 둘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경쟁의식이 있어서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했다. 어느 날 한 제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말했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리네.” 그러자 다른 제자가 정색하며 말했다. 아니다 그저 나뭇가지가 움직일 뿐이다. 이렇게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승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나뭇가지도 아니다. 바람이 불고 있는 곳은 마음속에 움직이고 있.. 2025. 6. 10.
영혼 한 자루의 무게 / 안규수 아내가 몹시 아파요. 요즘 유행하는 감기가 폐렴으로 진행되어 일주일째 종합병원 격리병동에 입원해 있습니다. 하루 한 번뿐인 면회 시간에도 창밖에서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가 걷히고 서산에 걸린 햇빛이 고개를 내미네요. 잠시 우울한 마음에 빛이 듭니다. 병원에서 돌아오다 인근 마트에 들려 생필품을 담은 묵직한 가방을 들고 골목길을 걸었지요. 한 걸음 두 걸음 발걸음이, 한평생 무거운 짐을 걸머지고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발걸음 소리 같았어요. 그때 가방의 무게보다도 마음을 심란하게 한 건 불빛이 환히 비치는 내 아파트 창입니다. 길을 걷다 말고 오르막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아파트를 바라보니 벌건 불빛을 머금은 발코니 창이 허공에 매달아 놓은 애드벌.. 2025. 6. 10.
수필을 쓰다 수필을 쓰다 안규수 봄이 꽃과 새들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낙엽과 풀벌레의 계절이다.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는 텅 빈 가슴을 울린다. 가을밤 창가에서 귀뚜라미가 울면 한 편의 시를 읽고 싶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지난해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 신선함이라니. 책장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좋은 글 읽고 참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내용인데, 따스한 군고구마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고도 싶었지만, 굳이 편지를 보낸 그녀의 마음을 .. 2025. 2. 5.
영원한 사랑/안규수 지난 6월 초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해 대형 복부 수술을 받고 16일 만에 퇴원해 해묵은 노트를 뒤적이다가 미국의 기업가 스티브 잡스가 깊어진 병으로 삶이 시시각각 마감을 향하고 있을 때, 그가 남긴 유언을 읽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저는 생명을 연장해 주는 기계의 녹색 빛과 소음을 들으며, 죽음의 신의 숨결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비로소 저는 깨닫습니다. … 제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의 기억들뿐입니다. 사랑만이 진정한 부유함입니다. … 그것만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여러분을 따라다니며, 여러분과 함께하며, 여러분에게 계속해서 힘과 빛을 줄 것입니다. 사랑은 끝없이 수천 마일을 여행할 수 있고 사랑엔 한계가 없습니다. ‘사랑이 하자는 대로’, 당.. 2024.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