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홀몸으로 키운 아들이 입대를 앞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뿐인 자식이 전장에서 다칠 목숨이라도 잃을까 밤새 뒤척였지요. 극단적인 일이 생기지 않기를 신께 간절히 소망하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아들아, 이걸 가지고 가거라. 어디서든 몸에서 떼어놓지 말거라.”
로마 청동 부적 파시눔의 한 형태. 기괴한 모습의 남근 청동상이다. 폼페이에서 발견됐고 현재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저작권자=마리 란 응우웬>‘파시눔’(Fascinum)은 고대 로마의 부적과도 같았습니다. 이 시기 사람들은 ‘남근상’을 귀히 여겼지요. 집 앞에도 걸어두고, 몸에 소지하는 펜던트로 활용하기도 했었습니다. 남근이 악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 포석에 새겨진 남성 성기. 행운과 풍요를 가져온다고 여겨졌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고대 로마에서 남근 성기는 숭상받았습니다. 고대 국가 대부분이 그러하듯, 남성 성기는 다산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로마의 여섯 번째 왕이었던 세르비우스 툴리우스의 탄생 설화만 봐도 그렇습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고대 로마의 6대 왕 세르비우스 툴리우스. 전설 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육체 없는 성기와의 결합으로 그를 낳았다고 전해진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남근상은 악과 싸우는 도구로서도 종종 여겨졌습니다. 당시 지중해 국가 시민들은 악을 상징하는 ‘눈’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악마의 눈’(Evil Eye)이었지요. 침략을 받을 때면, 야만족들이 ‘악마의 눈’을 이용해 자신들의 나라를 유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악마의 눈, 이거나 받아라” 2세기 고대 로마가 지배한 리비아 지역에서 발굴된 유적. 남근 파시눔이 악마의 눈에 사정을 하는 모습. <저작권자=사샤코치맨>유럽 고딕스타일의 성당을 여행해보겠습니다. 성당 외벽을 살펴보실 때면, 유독 이상한 모습의 괴물 한 마리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용과 같은 괴물의 모습을 한 가고일이지요. 여기에도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가고일. 모두 성당 배수관으로 활용된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가고일의 몸은 십자가를 맞고 불에 탔지만, 머리와 목은 온전했다고 전설은 전합니다. 로마누스 주교가 교회의 벽에 부착했지요. 다른 악령들이 이 가고일의 ‘참상’을 보고 접근하지 못하도록요.
기독교 성당에 웬 이단 악마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포교의 어려움도 자리합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성당의 가고일 모습. 각 성당에는 각양각색의 가고일이 묘사 돼 있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차라리 예수 그리스도의 전지전능함으로 그들이 믿는 괴물을 물리쳤다고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현실적인 포교 방법이었지요. 성당의 웅장함과 더불어 신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맨 앞자리는 삼장법사인 대당사부가 두 번째는 손오공인 손행자, 나머지는 저팔계가 자리합니다. 나머지는 사오정은 나오는 곳도 있고 안 나오는 곳도 있다지요. 궁의 또 다른 주인공 해태 역시 화재를 막아주는 영물로 통했기에 장식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치키치키차카차카 쵸~, 경복궁은 우리가 지킨다”. 서울 고궁에 지붕 추녀마루에 있는 상은 서유기 주인공 들이다. 사진은 KBS2에서 방영한 ‘날아라 슈퍼보드’.
“시간을 거슬러 올랐나?” 에일리언 조각상이 중세 유럽 성당에?.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스코틀랜드 지방은 비가 많이 와서 석조 건축물을 정기적으로 보수해야 합니다. 빗물받이 역할을 하는 가고일은 더욱 침식되기 쉬운 구조이지요. 1991년에 페이즐리 수도원의 외벽을 보수할 때 12개의 가고일을 교체합니다. 이때 한 석공이 에일리언의 영화 속 캐릭터와 가고일의 모습이 닮았다고 여기고 이처럼 바꿔버린 것이었죠. 영화 ‘덕후’가 새로 역사를 하나 쓴 셈이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워싱턴 국립 대성당입니다. 여기에도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가 가고일을 대체하고 있지요. 1980년대 완공을 앞둔 성당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성당 조각 경연 대회를 열었습니다. 한 어린이가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캐릭터를 그려내 3등을 차지했지요. 조각가였던 제이 홀이 성당에 다스 베이더를 새겨 넣은 배경입니다. 이를 용인한 성당의 포용력도 훌륭하지요.
미국 워싱턴대성당의 다스 베이더 조각상.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광화문 앞 해태상. <사진 제공=문화재청>
ㅇ고대로마에서는 ‘남자 성기상’이 액운을 쫓는 용도로 활용됐다.
ㅇ기독교가 퍼진 유럽에서도 가고일과 같은 괴물들이 성당의 외부 장식으로 활용됐다. 그리스도는 괴물보다 위인 상위의 존재로 포교하기 위해서였다.
ㅇ우리나라 궁에서도 액운을 쫓는 ‘잡상’이 있었다. 궁 추녀마루 위 상들은 ‘서유기’의 캐릭터다.
ㅇ미국 워싱턴 대성당에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상도 있다. 현대에도 변용이 이뤄지는 셈이다.
<참고문헌>
ㅇ이종철, 한국의 성 숭배문화, 민속원, 2003년
ㅇ데이비드 프리드먼, 막대에서 풍선까지, 까치, 2003년
ㅇ최경철, 유럽의 시간을 걷다, 웨일북, 2016년
ㅇ윤홍로, 궁궐건축의 잡상, 월간 문화재사랑-문화재청,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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