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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작은 꽃들아, 이상한 빛들아

by 안규수 2014. 6. 19.



작은 꽃들아

얼굴을 돌리지 마라

나는 사람을 죽였다

죽은 꽃들아, 아무에게도

이 말을 전하지 마라

나는 너희처럼 땅에 붙어 살

자리가 없어 그 자리,

내 스스로 빼앗은 자리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작은 꽃들아, 푸른 구멍으로

솟아난 이상한 빛들아



"제가 인간인 것이 부끄럽고 민망해서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여객선이 침몰하고 꽃다운 목숨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졌을 때 우리 안의 탐욕과 이기주의에 진저리가 쳐졌습니다. 밥알이 모래알처럼 까실하게 혀 위에 구르고, 잠은 얕아서 일어나서도 도무지 피로가 가시지 않았지요.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는 무능한 국가와 부패한 사회를 공모(共謀)로 만든 우리 모두는 총명과 양심과 명예를 잃었습니다. 가슴을 치며, 내 탓이요!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이 일 뒤로 모란과 작약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그 꽃들마저 얼굴을 돌리는 것 같았거든요. 꽃들이란 이 우주에 뚫린 푸른 구멍으로 솟아난 이상한 빛들일까요? 세상은 빛들로 넘칩니다만 그 빛에 드러난 우리 얼굴은 얼마나 흉측할까요?" 이 시를 읽고 시인 장석주는 이렇게 한탄의 글을 남겼습니다.

이 사회가 우리 주위가 왜 이리 등골이 싸늘할 정도로 썩고 문들어 졌는가? 오늘의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의 결정이 세월호 참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누굴 탓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 더욱이 한탄스러운 것은 이 참사의 주범이 이단종교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종교를 자신의 치부에 이용한 천인이 공노하는 유모라는 사람은 쥐새끼 모양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꼴이 어쩜 그리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쓴 웃음이 나옵니다. 시인은 절규합니다.

  

 '작은 꽃들아

 얼굴을 돌리지 마라

 나는 사람을 죽였다'

                                                                  -  블로그 지기 안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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