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란 눈, 뇌, 귀, 식도를 제외한 구강, 구인두, 후두, 하인두, 비인두, 갑상선, 침샘 등을 통칭한다. 이러한 두경부에는 암이 생기면 먹고, 숨 쉬고, 말 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암을 제거할 때 정상기관은 최대한 보존해야 하고 치료 후 삶의 질, 미용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난 27일은 국제암예방협회가 두경부암에 대한 인식 증진 및 예방의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두경부암의 날’이다. 두경부암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발생자 수 꾸준히 증가 추세, 60대 남성 가장 많아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보면 많이 발생하는 암은 아니다. 하지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고, 발생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두경부암의 발생자 수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엔 5666명을 기록했다. 2010년 4346명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여성 대비 남성 발생자 수가 3배 이상 많으며, 연령대별로 60대가 가장 많고, 70대, 50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 10년간 두경부암 발생자수 추이./사진=강동경희대병원 제공◇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대표 원인
두경부암은 입술, 혀, 잇몸 등에 생기는 구강암 외에 인두암, 침샘암, 비강암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빠르게 병원에 내원하는 게 좋다. ▲특별한 징후 없이 6주 이상 목소리가 변한 경우 ▲3주 이상 입속의 궤양이 낫지 않는 경우 ▲구강 점막에 적백색 반점이 난 경우 ▲3주 이상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두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음주까지 동반한다면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구강암, 후두암, 하인두암 등의 발생과 관계가 깊다. 최근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편도 및 입인두암과 관련이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수일 교수는 “아직까지는 흡연 및 음주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후두암이 가장 흔하지만, 최근 10년간 HPV와 관계된 암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코를 통한 내시경으로 간단하게 검사 가능
두경부암의 초기 진단은 어렵지 않다. 이비인후과에서 코를 통한 내시경으로 간단하게 진단이 가능하다. 내시경은 비인두 내시경, 후두 내시경 등이 있다. 내시경으로 두경부암 의심 부위가 발견되면 CT, MRI, PET-CT 등 영상의학, 핵의학 검사와 세침 흡입 검사, 조직 생검을 통해 최종 진단한다. HPV 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하인두암의 경우는 암의 식도 침범 여부가 중요해서 위식도 내시경도 함께 시행한다.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치료(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로 나눌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단독 혹은 병합치료를 시행한다. 수술적 치료는 두경부 영역 특성상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밀집한 부위라 난이도가 높은 수술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삶과 직결되는 부위이므로 수술 이후 정상 부위 기능 보존, 미용적인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술에는 경구강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대표적이다. 내시경 수술은 수술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사용하여 목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수술 부위를 확대·관찰하면서 레이저나 내시경 기구로 병변을 절제한다. 전통적인 개방형 수술이나 방사선치료에 비해 치료 기간이 짧고 의료비용도 저렴하다. 내시경이 닿기에 너무 깊은 곳에 암이 있거나, 각도가 맞지 않는 경우 로봇 수술이 효과적이다. 목으로 보이게 되는 흉터를 없애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검진과 백신은 가까이, 술과 담배는 멀리해야
일상에서 두경부암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금연과 금주다. 구강 청결을 유지하고 틀니 등의 구강 내 보철물을 치아와 잇몸에 잘 맞게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생활 역시 중요한데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예방을 위해 피임 기구 사용 등 안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김수일 교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주사는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로 알려져 있지만, 두경부암의 예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두경부암은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남녀 모두 HPV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폰 전자파와 두경부암 발생과의 연관성 확인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 전자파는 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암과의 연관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여러 동물 실험 결과가 발표됐으나 서로 상이했으며 설령 관계가 있다고 발표한 실험에서도 명확한 인과 관계는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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