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길을 터준 물찻오름을 오르다.
물찻오름이 5년 만에 개방되었다. 사려니 숲 필링 캠프 기간 한시적으로 개방한 것이다. '물찻오름'의 물찻은 물이 가득 차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정상이 성을 쌓은 잣성처럼 생겼다 해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숲이 어둡고 무거워서 멀리서 보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검은 오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찻오름은 제주도 화산 분화구 중 몇 안 되는 산정화구호가 있는 오름이다. 비가 와야 고이는 백록담이나 물영아리 오름과 달리 사철 물이 고여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그의 보존 가치가 더 높아 평상시는 출입을 통제 하다 이번 5년 만에 개방한 것이다.
사려니숲길에서 물찻오름길로 접어들면 청량하고 시원한 숲이 하늘을 가린다. 트랙이 구불거리며 어두운 숲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발에 전해 오는 천연섬유 트랙의 촉감이 좋다. 전망대까지 1km 남짓 되지만 완만한 경사여서 힘들지 않고 금방 오를 수 있다.
오름의 비탈면에는 때죽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박쥐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우거져 영화에서나 봄직한 밀림이 펼쳐진다. 어두컴컴한 숲길을 따라 올라 전망대에 서면 시야가 확 트인다. 한라산을 정점으로 봉긋봉긋 오름들이 키 자랑을 하고 있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라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음이 조금 아쉽다.
 물찻오름 오르는 길 |  통제하기 전의 물찻오름 전경 |
오던 길을 버리고 분화구을 따라 내려가면 산정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다다른다. 전에는 비탈을 타고 물 가까이 내려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통제를 하고 있어 내려 갈 수 없음이 아쉽기는 하다. 숲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깊게 잠겨 있는 물은 주위 숲과 어우러져 배추빛으로 물들어 있다. 신비스럽다 못해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제 스스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살아나서 생명력으로 넘쳐 나게 된다. 누가 보호한다고, 보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스스로 놔두는 것이 저렇게 살아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건강한 숲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