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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사진)

편지로 보내드리는 임종(臨終)

by 안규수 2015. 6. 26.

메르스가 남긴 사연 '편지 임종'

어제 뇌경색환자 ㄱ씨는 가족들이 쓴 편지를 들으면서 홀로 임종했다. ㄱ씨 가족은 메르스 격리 대상자였기에 만날 수 없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가족들은 홀로 병마와 싸우는 ㄱ씨에게 편지를 썼고 그 편지를 ㄱ씨에게 들려 줄 것을 담당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 남편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ᆢ.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말씀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XXX.”

♤ 아들
“엄마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ᆢ.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맘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 딸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ㄱ씨는 편지를 낭독한 지 약 5시간 뒤 소천했다고 합니다.

신이시여
이 영혼을 받아주소서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하옵소서
☆☆☆☆☆☆☆

  -장영희교수님 펜클럽에서 퍼온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