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의심 병변 바로 알기
피부암은 서양인이 잘 걸리는 암으로 통한다. 멜라닌 색소가 동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피부암 발생 위험이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더는 피부암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데다 캠핑·등산·여행 등 야외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피부암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017년 2만983명에서 지난해 2만9459명으로 40% 늘었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는 “서양인의 경우 모든 암을 통틀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피부암”이라며 “인구 고령화와 함께 어느 나라든 피부암 발생률이 두 배 이상 폭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편평세포암, 피부 밑까지 파고들어
한국인에게 빈도가 높은 3대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 흑색종이다. 기저세포암은 표피의 기저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발생한다. 피부암 중 비교적 얌전하고 늦게 자라는 암에 속한다. 편평세포암은 표피의 중간층(유극층)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발생한 암이다.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나 점차 피부 밑으로 파고든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가 악성화해 과증식하는 피부암으로 치명도가 높다. 검은 색소가 점차 짙어지면서 병변의 크기가 커지고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다. 권 교수는 “흑색종은 피부암 중에서도 전이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다”며 “반면에 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은 전이율이 낮아 생존율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대부분의 피부암은 적절한 시기에 진단·치료하면 완전한 제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암 조직이 피하·근육 등으로 퍼질 수 있다. 문제는 피부암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아 암 병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단순한 노화 현상쯤으로 생각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50대 남성 김모씨가 그런 경우다. 콧등에 검버섯 같은 게 새로 생겼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크기가 점점 커지고 생김새가 다른 검버섯과 좀 다른 것 같아 조직검사를 해보니 피부암이었다. 그는 손톱 크기로 커진 암과 주변 조직을 제거한 뒤 피부 이식을 거치고 나서야 완치에 이르렀다.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박승하 교수는 “최근 점이나 검버섯, 부스럼인 줄 알고 있다가 피부암으로 진단돼 낭패를 보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헐고 진물이 나고 가려우며 주변으로 번지는 양상이 있을 땐 조직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피부 병변의 상태가 ▶크기가 5~7㎜ 이상인 경우 ▶모양이 비대칭인 경우 ▶색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 ▶주변 피부와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 ▶기존보다 크기가 커지거나 색이 변한 경우 ▶하얀 부스러기나 출혈, 액체가 나오는 등 변화가 있는 경우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경우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긴 경우엔 피부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검사받을 것을 권한다.
또 편평세포암·기저세포암은 햇빛 노출이 많은 코·뺨·입술 등 안면부와 손등, 두피에 흔히 나타나고 흑색종은 전신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손톱·발톱·발바닥 등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안 보이는 곳인 손바닥·발바닥에 점이 있으면 복점이라고 생각해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학적으론 손바닥·발바닥·손톱 밑에는 멜라닌 색소가 없어 이런 곳에 검은색 병변이 보인다면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자외선 노출 줄이는 게 가장 중요
피부암을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은 조직검사뿐이다. 피부 병변을 2~4㎜만 떼어내 현미경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종류에 따라 전이 여부에 대한 검사도 진행한다. 일차적인 치료법은 수술로 암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다. 재발하지 않도록 완전히 절제하고 미용·기능적으로 문제없도록 피부를 재건한다. 악성 흑색종은 수술 외에도 방사선 치료와 항암 화학요법 등을 활용한다. 초기라면 제거만 해도 무방하지만, 종양 두께가 1㎜ 이상이면 전이 가능성을 고려해 주위 림프샘을 함께 떼어내거나 항암제를 쓰기도 한다.평소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외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외출하거나 야외에서 작업할 땐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습관화해야 한다. 흐린 날도 안심해선 안 된다. 자외선A는 파장이 길어 흐린 날에도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한 번 사용으로 장시간 효과를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SPF30 이상의 제품을 두 시간마다 사용해 주는 게 좋다. 박 교수는 “노화로 생긴 부스럼·검버섯은 미관상 좋지 못할뿐더러 피부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레이저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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