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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사진)

삼나무·소나무 울창한 제주 수악길

by 안규수 2023. 8. 22.
수악길은 한라산 둘레길 5구간으로 돈내코 탐방로에서 이승악 사이 11.5㎞ 구간을 지칭한다. ‘물오름’이라는 이름도 가진 수악은 한라산을 종단하는 5·16도로 인근에 있다. 도로 개발로 인해 수악의 송이를 채취해 기층재로 사용하면서 훼손이 심했으나, 이후 삼나무와 소나무를 심어뒀다. 보리오름, 이승이오름 등도 분포하고 있다.
 

돈내코 탐방 안내소를 시작으로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숯가마터를 보게 되는데 이는 예전에 숯을 만들었던 곳이다. 소나무, 서어나무 등을 보며 약 2시간 동안 5.9㎞를 걸어보자. 산정화구를 만나게 된다.

산정화구는 대규모 분화구의 흔적이다. 화구 내에 습지를 갖고 있는데 주변 지형 경사로 인해 감춰져 있다 발견됐다. 화산체는 한라산 고지대의 동남사면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화산체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는 분화구 흔적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라산 화산활동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한라산 정상에서 많은 양의 용암류가 유출됐다는 점이 꼽히는데, 이로 인해 제주에는 이른바 ‘빌레’라고 부르는 현무암 용암대지를 많이 볼 수 있다.

산정화구에서 40분 정도를 걸으면 수악 안내소에 도착한다. 수악은 원추형 화산체로 해송과 삼나무 숲이 울창하다. 수악 북쪽 도로 건너편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가 위치해 있다. 수악길 중간에는 신례천이 자리 잡고 있는데 한라산 사라오름 남동쪽에서 발원해 보리오름 서쪽에서 합류한다. 5·16 도로의 수악교와 수악계곡을 거쳐 신례리로 흘러간다.

이제는 이승악을 향해 걸어보자. 3.8㎞, 약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이승악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주변에 쌓여 있는 여러 돌담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구분담’으로 일제강점기 국유지와 사유지를 구분하기 위해 쌓아둔 것이다. 일제와 주민 간에 발생할 수 있는 토지소유권 분쟁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신례리 마을에서 돌을 운반해와 직접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