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정승윤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에 또다른 내가 있다. 그와 나는 쌍생아처럼 웃는다. 이마를 맞대면 샴쌍둥이 같다. 거울 속 세상은 이곳 세상과 너무 닮아 있다. 천국도 있고 지옥도 있다. 화병에 꽃이 있었던 기억도 함께 한다. 그 언저리에 허무도 함께 있다. 그와 나의 거리는 백짓장처럼 얇다. 금방이라도 찢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문지방만 건너면 갈 수 있는 저승길 같다. 때로는 거울 속 세상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거울 앞에서 나는 죽음을 묵상한다. 그 세계로 조용히 옮겨 가고 싶다. 삶과 죽음은 너와 나처럼 언제나 함께 했지만 한 몸은 아니었다. 그러나 삶이 사라지면 죽음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이래도 우리는 죽음 이후를 모른다고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