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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사진)

나는 왜 글을 쓰는가(올해의 작품상 수상 소감문)

by 안규수 2016. 2. 27.


   왜 글을 쓰느냐, 나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다. 깊은 밤 창문을 열고별을 본다. 내가 보고 있는 어떤 별빛은 수백광년이 떨어져 있어서 아마도 수십 수백 년 전 제 몸체를 떠난 빛일지도 모른다. 그 수많은 별빛 바다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나는 늘 수필과 대화를 한다. 고독할 때나 슬플 때, 그리고 즐거울 때, 수필은 나의 반려요, 다정한 친구이다. 내가 아닌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하게 해 주고 창조해 내는 나의 영혼 같은 것이다.

   수필은 그리운 내 어머니요, 다정한 내 누님이며 옛 친구이다. 그들과 만나 밤새워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면 너무 행복하다. 깊이 간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못 배길 본능적인 고백이다.

   어려서는 등잔불 아래에서 어머니의 험난한 세상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한창 젊은 날에는 월남에 파병되어 전장을 누비며 생과 사에 시간과 공간개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하마터면 영영 가슴속에 묻힐 뻔 한 이런 이야기들이 수필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의 수필은 내 가족사인 동시에 젊은 날의 초상이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글을 쓰게 된 배경이 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다. 이 소설은 나의 역사인식을 새롭게 변화시켜 주었다. 이 땅 농민들의 힘든 삶과 뼈 속 깊이 파고 든 한, 그들의 설움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알게 했다. 그래서 나의 수필의 화두는 한 가지, 인간이다.

   수필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때, 나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방황하고 있을 때, 이 상은 더욱 정진하라는 따끔한 죽비소리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수필로 여러분에게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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