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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서평 글쓰기 요령

자기만의 색깔로 수놓은 해학 수필의 진수

by 안규수 2019. 1. 25.

<서평>

자기만의 색깔로 수놓은 해학 수필의 진수

    -조성자 에세이집 베란다 보이을 읽고-                                                            안 규 수

 

 

  전라지회에는 글 잘 쓰는 스타급 여성 수필가가 여럿 있다. 김향남 조성자 김덕남 박일천 김봉연등이 그들이다. 그 가운데 201561호로 등단한 조성자는 에세이스트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그의 수필은  감수성이 짙어 우선 읽는 맛이 좋다. 거기에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하고,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해학 수필이어서 독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다.

   요즘 넘쳐나는 수필은 지나치게 맛 만 중시하였지 정작 중요한 깊이 면에서는 많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읽을 때는 착착 감기는 감칠맛을 주지만, 정작 다 읽고 나면 무엇을 쓴 것인지 알기 힘든 수필이 상당수이다.

   단언컨대 조성자 수필가의 수필은 이런 일반적인 성향에서 자유롭다. 이 점이 그의 수필이 지니고 있는 미덕이라고 하겠다. 등단이후 연속 3년 연달아 베스트 텐에 뽑힌 것을 보면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는 걸출한 입담을 글로 표현할 줄 알고 거기에 사유의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는 단순한 체험만을 기술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 체험을 육화시켜 자기만의 렌즈로 들여다봄으로써 생의 의미를 붙들어 낼 줄 아는 작가이다.

   신년하례회에서 책을 받아 들고 세 번을 완독했다. 그것도 이른 새벽 시간에. 합평회에서 읽은 작품들이지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작품을 통해 수필 읽기의 기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배꼽을 잡고 한바탕 웃고 나면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베란다 보이는 위층에서 나는 쿵쿵 거리는 소음의 주인공 어린아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서른이 넘은 나이에 결혼을 결연히 거부하는 큰딸 때문에 겪고 있는 작가 내면의 심상을 그리고 있다. “엄마아~” 하고 어느 때 보다 큰 소리로 창밖을 향해 외치는 아이 목소리를 듣고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손주를 기다리는 그의 절실한 마음이 은유로 그려져 있다.

   

  내 남편이 교통사고로 떠나고, 그 삼일 전 옆집 교장선생님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두 올드 베란다보이가 나의 인생에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모습도 냄새도 그립기만 하다.

                                                                                        -베란다 보이 시즌4

 

   아파트 복도 난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 두 남자는 나이 차가 23살이나 되도 뜻이 통하는 인연 깊은 친구였든 모양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3일 간격으로 세상을 등진 것이다. 조성자에게 남편은 인생의 기둥이고 대들보였다. 남편과 함께하는 가정은 파라다이스이고, 그는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런 남편을 잃고 근 1년간을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힘들게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 베란다 보이는 그 남편을 지칭하고 있다. 베란다 보이 시리즈네 작품이 하나같이 연결고리를 설정하여 의미화를 시키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경험에서 출발하여 사유를 통해 점점 상상의 폭을 넓혀 나가, 궁극에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으로 귀결하고 있다.

 

  나는 조성자의 베란다 보이을 읽고, 금년 봄에 내기로 한 나의 수필집 출간을 일단 접기로 했다. 내 작품이 못나서가 아니라 수필의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서정적인 수필, 서사적인 수필, 거기에 해학적 수필, 풍자적 수필도 필요하고 사회적 수필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것을 갖추지 못 했음을 그의 수필을 통해 알게 됐다.

   조성자, 그는 천의 사고 영역을 넘나들 줄 아는 작가이고, 여러 형식으로 표현할 줄 알고, 독자를 웃길 줄 아는 작가이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을 선보여 주었으면 한다. 이번 수필집을 계기로 그의 작품 세계가 더욱 넓어지고 한층 깊어져서 우리 수필 문단에서 우뚝 서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이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