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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가을이 오는 소리'를 읽고/박 춘

by 안규수 2019. 3. 21.

 

사람이 자신의 외피. 껍질을 인식하고 포착하는 순간이 있다. ‘영원한 그 순간. 영원한 지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의 지층을 뒤흔드는 순간을 경험하거나 선현들이 남긴 지식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사색을 통해 자신의 지혜로 만들어가는 끝없는 길을 의식할 때일 것이다.

‘인생의 황혼에 들어서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할 때. 홍시는 그저 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떫음을 익히는 바람과 햇볕의 숙성을 견디는 것이고,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관조의 시선이 그윽하다. 서구의 정신사에 ‘이성logos’은 논리적 사고와 추론을 가리키며 정신사를 이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정신사는 '관조'가 중심축을 이룬다. 서구의 관조nous는 인간정신의 고차원적 능력으로 사물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뜻했다. 우리에게 관조는 사물 그 자체를 보는 ‘자세’를 의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명상이나 묵상 혹은 숙고 등으로 ‘사물에 다가가는 자세’로 이해한다.

금번 춘천의 에세이스트 모임의 주제는 ‘문학은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나?’였다. 그에 대한 작가의 답이 곧 ‘가을이 오는 소리’는 아닐까. 세상에 제일로 소중한줄 알고 글을 쓰는 것. 그것에 감사하는 것. 글을 쓰는 것은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더 많이 아파하게 하고, 세계와 공감하게 해주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