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학력 콤플렉스가 나에겐 무한 결점으로 작용하였지만 어느 시기부터는 그 콤플렉스가 무한 장점으로 바뀌면서 감히 대졸자들이 범접하지 못할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면, 모든 대형발전사고의 수습을 진두지휘를 하고, 발전소 효율향상과 정지를 줄이기 위한 역발상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고졸로 입사하지 않고 정규 대학을 나왔다면 콤플렉스는 없었겠지만 부장이나 처장쯤하고 정년퇴직을 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 4년 동안 교대 근무를 하였고 현장을 뽈뽈 기어다니다시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때 흘린 땀과 제가 맡은 기름 냄새들이 지금은 밑거름이 되어서, 조직을 맡고 있는 장이 되어서도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국가에 문제가 생기면 선두에 서서 지휘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국가의 동맥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국의 마음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지 일본의 기술을 이겨야 한다는 결심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전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고 졸업자인 제가 사장으로 임명될 때는 누구도 의아해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당연히 “다음에 우리 사장님은 저 분!”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인정을 해주었습니다.
우리직원 중에는 서울대와 연고대 그리고 해외 유학파들이 득실거립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들의 해박한 이론과 저의 오랜 경험을 합치면 너무나 잘 맞는 찰떡궁합이 되어서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들을 내놓곤 합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나는 사장이 아니라 여러분의 사고를 마음껏 발휘하게 하는 방패막이이자 맏형이다.”
마땅히 그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고졸자를 뽑으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졸 입사자를 선발하였는데 다음 주에 최종 면접을 봅니다. 최종면접에는 제가 직접 참여해 그 사람들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처음에 고졸출신의 직원을 뽑자고 하니까 대부분의 엘리트 직원들은 찜찜한 모습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훌륭한 돌담이나 보기 좋은 돌담을 쌓으려면 큰 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큰 돌을 받쳐야 하는 작은 돌이 더 귀하게 쓰일 때가 있는 법이다.”
저는 고졸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40년의 회사생활 방법을 전수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이 친구들 중에서 제 2의 제 3의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저는 이 친구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자격증을 따라! 대학에 입학해라! 반드시 야간대학이라도...”
만약에 그 의지에 틈이 보이면 군에 입대시키고 재입사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합니다. 작년 신입사원의 입사식 날에 그 직원들의 부모들을 불러서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급여를 받으면 애들 대학등록금으로 몇 년 간 저축을 하셔야 합니다. 그 조건으로 입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애들은 당신의 자식이 아니라 저의 자식입니다.”
학력인플레의 불편부당한 쓴맛을 고칠 수 없다면, 그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남이 보지 않는 구석진 곳에 가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배들의 역할이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앞서 경험한 선배들의 사랑을 담은 매질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장님처럼 공고를 졸업하고 그동안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의 생각을 정리하다가 쓰다 남은 몽당연필을 한 움큼 챙기는 도중에 박 사장님께서 오늘 아침에 보내주신 글을 읽고 저의 생각을 잠깐 전합니다.
어렵고 어두운 구석에 희망을 밝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00000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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