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수의 '무진으로 가는 길 '읽고 / 정승윤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철로 위에서 외칩니다.
"나 돌아갈래!" 그 외침이 어찌 설경구 한 사람만의 외침이겠습니까? 누구나 한 평생을 살다보면 가슴에 恨이 쌓입니다. 그 恨은 한편으론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엄마는 가끔 뒷골방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럽게 울고 계셨습니다. 철없는 아들은 엄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어리광만 부리다가 먼 길 떠나신 뒤에야 엄마 가슴 속에 품고 살아온 恨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불효가 또 어디 있을까요. 평생 소용돌이치는 여울목을 억척스레 건너온 엄마의 인생을 이제 望八의 나이가 되니 조금 알 것 같습니다. ㅡ 「엄나무 가시」에서 엄나무 가시는 무척 억셉니다. 어린 새순을 지키기 위해서죠.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엄나무가 왜 '엄'나무라 불리우는지, 망팔의 작가가 어머니를 왜 굳이 '엄'마라고 부르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가난에 찌들고 척박했던 고향이 왜 천국처럼 느껴질까요? 지금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 시절 그 사람들이 간절히 그리운 걸까요? 가슴에 간절한 그리움을 품고 사는 사람, 그리움을 찾아 방랑하는 사람, 지금도 부모를 그리며 울고 있는 사람, 작가 안규수는 그래서 영원히 어린 영혼, 순수한 영혼입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항상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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