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시 강의를 듣는 박인애입니다.
도움이 되실까 하여 수업 중에 언급하였던 김기림의 「길」을 소개합니다.이 작품을 시로 소개하는 분이 많고 그리 알고 있는 분도 많으나 수필입니다. 짧은 수필이지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김기림의 「길」을 갈래는 서정시 자유시 참여시라고 버젓이 올려놓은 학술자료도 많습니다. 이 수필은 1935년 조선일보사 출판부가 발행하던 《조광》이라는 순수문학 잡지에 게재했던 글 중 하나입니다. (「길」은 1936년 3월에 발표). 그림과 함께 실렸다는 것은 오늘 신재기 교수님 강의를 듣고 알았는데요. 그림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기림은 1948년에 조광, 조선일보, 신동아, 여성, 중앙, 삼천리, 문장 문화일보 등에 기고했던 수필을 모아 엮은 『바다와 육체』라는 수필집을 출간했습니다. 「길」은 거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알라딘에서 1948년에 출간한 『바다와 육체』 초판본을 전자책으로 사서 읽었습니다. 원본은 구할 수 없으니까요. 오늘 짧은 수필을 배웠으니 일독을 권합니다. 「길」 외에도 좋은 수필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견입니다만, 낭송가들이 시 낭독회에서 「길」을 낭송한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배웠으니 짧은 수필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낭송하면 수필도 이렇게 서정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으며 짧은 수필을 알리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혼용’에 빗대어 본다면 산문시, 이야기 시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부호 빼고 행갈이만 하면 시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길」입니다. 책에 나온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책에는 지면의 한계로 행이 나뉘어 있지만, 8문장으로 된 수필입니다. 길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 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 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군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 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 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 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 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본다. 그러면 어느 새 어둠이 기어 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1936년 3월 朝光〉 *호져: 혼자 *향용: 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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