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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 박두진

by 안규수 2014. 9. 2.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이 시를 읽으며.......

요즘 나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거울을 들어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떤 날은 파리한 얼굴에 주름만 가득하고, 또 어떤 날은 얼굴에 살이 좀 붙어서 오동포동할 때도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그날의 기분을 좌우한다. 마음은 아직인데 내 얼굴은 영 그게 아니다. 거짓 말 할 줄 모르는 거울이 얄미울 때가 많은 요즘 나의 일상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늘 거기 있는 하늘, 그러나 늘 같지 않은 하늘, 오늘은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은회색, 막을 씌운 듯한 하늘에서 햇살이 뿌옇게 쏟아지고 있다. 비쩍 마른 명태 갗은 내 얼굴이 거기 쏟아지고 있다. 하늘은 늘 거기, 우리 머리 위에 있는데 '멀리서' 온단다. 나는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나 보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초가을 하늘이 어찌나 파랗고 맑은지 눈을 떼지 못한다. 한 평생 저 하늘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았으면서 이제야 '호수처럼 푸른 하늘'을 본 것이다. , '가슴으로, 가슴으로/스미어드는 하늘/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을 가슴을 풀어 제치고 마음껏 마신다.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내 인생, 실은 저 푸른 하늘이 고팠던 모양이다. 향기롭지도 않고 메마른 나의 일상에 푸른 하늘이 내려앉는다. 시원스레 풀어주는 청량한 하늘이 갈증을 풀어 준다. 높고 푸른 저 하늘에 머지않아 흰눈발이 쏟아질 것이다. 내 머리카락에도 쏟아 질 것이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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