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시요잉 나 세동 부녀회장인디라잉 이번 구월 열이틑 날 우리 부락 부녀 회원들이 관광을 갈라고 그란디오잉 야? 야, 야 아 그라제라잉 긍께, 긍께, 그랑께 젤 존 놈으로 날짜에 맞춰서 좀 보내주씨요잉 야?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좋다라고? 앗따, 그래도 우리가 볼 때는 이놈하고 저놈이 솔찬히 다르당마 그라네 야, 야, 그랑께하는 말이지라 아니 아니, 그놈 말고, 아따, 그때 머시냐 작년에 갔든 ...글제라 잉 맞어 그놈, 김기사 그놈으로 해서 쫌 보내주랑께 잉, 잉, 그놈이 영 싹싹하고 인사성도 밝고 노래도 잘 하고 어른들 비우도 잘 맞추고 글등마 낯바닥도 훤하고 말이요 아, 늙은 할망구들도 젊고 이삐고 거시기한 놈이 좋제라잉 차차차, 관광차 타고 놀러갈 것인디 안 그요? 야, 야, 그렇게 알고 이만 전화 끊으요, 잉?
이 시를 읽고… 오늘 아침 신문에서 이봉환 시인의 이 시를 읽고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첫 소절의 세동이 바로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고, 전개되는 시어가 어릴적 순전히 내 고향에서 사용하던 사투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시는 처음 보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아마도 부녀회장은 혼자 통화하는 게 아니고 '이놈하고 저 놈하고 솔찬히 다르당마' 하는걸 봐서 통화 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고 ‘아따 그놈이 뭐요?’ 까르르 웃는 부녀회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것 만 같은 풍경이 그려진다. 부녀회장은 작년에 갔든 김기사 그놈을 확실하게 요구하는데 늙은 할망구들을 핑계 댄다. 과연 그럴까. 고달픈 들 일을 잠시 잊고 소녀로 돌아가 그 방에 함께 뒹굴고 있던 젊은 아낙네들의 요구가 틀림없어 보인다. 여행 기분에 들떠서 새처럼 조잘대는 그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시는 잊혀져가는 순수 우리말의 전통을 보존하는데 큰 의미가 있고 생생히 씹히는 사투리 맛이 일품이다. 이런 사투리에 묻혀 살던 옛 고향이 새삼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
이봉환(1961~) 전남 고흥 출생
1988년<녹두꽃>에 '해창만 물바다'로 등단
시집 <조선의 아이들은 푸르다> <해창만 물바다>등 다수
민족문학작가회 회원으로 해남에 머물며 창작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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