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도
TV도
오디오세트도
컴퓨터도
휴대폰도....
고장나면
고쳐서 쓰기보다
버리고
새로 사라고 합니다
그것이 더 싸다고 합니다
사람도 요즘은 이와 다를바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 가정도
도시도
일터도
나라도
이 세계도.....그렇다면
고칠수 없나요
버려야 하나요
하나뿐인 나 자신도
버리고
새로 살 수 있나요
이 시를 읽고....
추석연휴가 끝난 지 꼭 사흘만이다. 오늘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쓰레기처리장 앞에 경비아저씨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중 한사람이 날 보더니 '세상에 이것 좀....하더니 말문을 닫는다. 쓰레기통을 들어다 보니 인절미 떡과 송편, 생선 등 명절 음식이 가득 든 바구니가 통째로 버려져 있었다. 추석명절 때 고향의 늙은 어머니가 손수 만든 음식을 정성껏 싸준 음식이 틀림없었다.
버리는 것이 편리한 세상이라지만 이럴 수가 있을까? 그 쓰레기통에는 음식이 아니라 늙은 어머니가 버려져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아들에게 버림받은 늙은 어머니....가슴이 아파온다. 아침신문에서 시를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지만 김광규 시인의 '마지막 물음' 을 읽는 마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대는 초가을의 스산한 아침 바람처럼 처연하기 그지없다.
'하나뿐인 나 자신도/버리고/새로 살 수 있나요' 노 시인의 절규가 귓가에 아른 거린다. 버리는 문화가 만연된 세상에서 자식이 부모 버리는 일은 다반사다. 아들 하나를 곱게 키워 둔 늙은 부부가 아들 손에 무참히 죽어 나가는 세상이니 더 말해 무엇 하랴. 물건도 사람도 쓸모없으면 무참히 버리는 세상에서 장자가 말한 무용지용(無用之用)이 새삼 생각나는 아침이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헛것을 따라다니다 /김형영 (0) | 2014.10.11 |
---|---|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박남수 (0) | 2014.09.17 |
유홍준,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0) | 2014.09.05 |
김기사 그놈/이봉환(1961~) (0) | 2014.09.03 |
하늘 / 박두진 (0) | 2014.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