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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박남수

by 안규수 2014. 9. 17.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




- 박 남 수 -





1


어느 날, 나는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당신의 눈에 낀 안개 같은 것,


새가 죽어, 눈에 끼던 산안개의 흰빛이

나의 어두운 거울에 히뜩 지나가는 그 순간에, 나는

어딘지 분명찮은 숲속을 날고 있었다.


겨울 마른 나뭇가지가 어른거린다.

땅 위에는 흰 눈이 깔리고

다섯 가락의 굳은 발자욱이 꽃잎처럼 패인,


긴 긴 일직선을 굽어보면서, 나는

끼룩끼룩 가슴의 소리를 뽑아보았지만,

그것은 발톱이 판 상흔이 되어

나의 內壁으로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2


어딘지 분명찮은 숲의 기억이, 지금

나의 겨드랑께서 날개를 돋게 하지만,


나에게는 하늘이 없다. 이 큰 날개를 날릴 하늘이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땅 위를 기는 요트처럼,


당신의 原野에 선

한 그루 나무의 둘레를 맴돌며

어딘지 분명찮은 숲의 기억을

一心으로 뒤적이고 있지만,


그것은 유사 이전의 하늘에서 굽어본 한 폭의 검은 숲,

아니면 나의 가슴 깊이에 되새겨지는 마드레느紀의 기억,

아니면......


3


사람은 모두 原生의 새.

어느 기억의 숲을 날며, 가지 무성한 잎 그늘에

잠깐씩 쉬어가는 原生의 새.


지평과 하늘이 맞닿는 곳에서, 새는

땅으로 꺼져들든가, 하늘로 증발되어 그 형상을 잃는다.


당신의 눈에 낀 안개 같은 것,

산새가 죽어, 눈에 끼던 흰 안개 같은 것,


--- 커어피를 마시며


아침 두시, 분명 어딘지 모를 어느 숲의 기억에서

당신은 날아왔다. 나의 내벽에 메아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