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나는 탕아(蕩兒)가 아버지 품에 되돌아온 심회(心懷)로 세상만물을 바라본다.
저 창밖으로 보이는 6월의 젖빛 하늘도 싱그러운 신록(新綠) 위에 튀는 햇발도 지절대며 날으는 참새떼들도 베란다 화분에 흐드러진 페츄니아도 새롭고 놀랍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한편 아파트 거실(居室)을 휘저으며 나불대며 씩씩거리는 손주놈도 돋보기를 쓰고 베겟모 수를 놓는 아내도 앞 행길 제각기의 모습으로 오가는 이웃도 새삼 사랑스럽고 미쁘고 소중하다.
오오, 곳간의 제물과는 비할 바 없는 신령하고 무한량한 소유(所有)! 정녕, 하늘에 계신 아버지 것이 모두 다 내 것이로구나.
* 성서의 <탕아귀가(蕩兒歸家)>의 비유에서 그 아버지가 형을 달래며 하는 <나의 것이 다 네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받아서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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