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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수필

한 그루 우주수宇宙樹 / 정승윤

by 안규수 2023. 12. 9.
                                                               한 그루 우주수宇宙樹 / 정승윤
 
나무는 자라면서 갈라졌다. 갈라져 두 개의 나무처럼 자랐다. 줄기가 자라면서 한 나무의 둥치처럼 되고 또 두 개의 줄기로 갈라졌다. 줄기가 갈라져 가지가 되고 가지가 벌어져 또 다른 가지가 되었다. 두 개로 갈라진 나무는 두 나무처럼 마주보고 자랐다. 서로 껴안는 것처럼 둥근 둘레를 이루었다. 하나의 가지 끝에 잎들이 피어났다. 하나의 가지가 하나의 나무처럼 자랐다. 하나의 나무가 끝없이 갈라지며 하나의 숲이 되었다. 하나의 나무가 우주수가 되었고 모든 생명들과 공생했다.
한 그루의 나무 곁에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자랐다. 두 나무는 자라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두 나무는 마치 한 나무처럼 얼싸안고 자랐다. 새들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갔다. 햇볕은 나무들의 잎 사이로 쏟아졌다. 숲 속의 나무들은 모두 모여 한 나무처럼 자랐다. 모든 별들은 한 줄기 강이 되어 흘렀고 모든 나무들은 한 그루 우주수가 되어 단 하나만의 생명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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