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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수필

치매 / 정승윤

by 안규수 2023. 12. 9.

 

                                                                              치매 / 정승윤

쌍소나무가 지나면 바다가 보였다. 이제는 쌍소나무를 지나야만 바다가 보인다. 시뻘건 황토 언덕 너머가 고향이었다. 황토 언덕을 넘어야 고향에 갈 수 있다. 고향집에는 섶 울타리가 있었다. 반드시 섶 울타리 하나를 넘어야 고향집이다. 검은 색 폴라를 입은 앳된 소녀를 사랑했었다. 나는 오늘도 검은 색 폴라를 입은 앳된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내 집에서 내 가게로 가는 길에는 후박나무 가로수 길이 있었다. 긴 가지들이 서로 엮어져 있어서 어떤 집의 대청마루처럼 시원했다. 저녁에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하루가 일모 속에서 고운 가루로 빻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후박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야 나의 집이다. 아내가 옆에 있어야 하루 해가 진다. 아내가 없으면 하루가 가지 않는다. 밤이 되어도 나는 집에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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