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수필43 팽이를 다시 치고 싶다 팽이를 다시 치고 싶다 / 안규수 마스크를 쓴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내 생애에서 처음 겪는 일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동요 계수나무를 부르면서 자랐다. 지금은 어떤가? 달에 사람이 다녀오면서 계수나무는 사라지고 없다. 세계의 허파라고 하는 아마존강 밀림을 개간한다는 명목으로 불태워 원숭이 두창이 오고, 동굴에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박쥐 서식지가 파괴되어 코로나 병균이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나는 숲으로 갔다. 천천히 살며 오직 삶의 본질만 마주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중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마침내 죽게 되었을 때 제대로 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 나는 숲으로 갔다.”라고 했다. 소로가 생각하는 그 숲은 안타깝게.. 2022. 10. 20. 길 위의 사색 길 위의 사색/ 안규수 섬진강 매화가 막 꽃망울을 터트릴 즈음 제주를 찾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매서운 바람이 창을 할퀴고 있었다. 창문 밖 뜰 동백꽃 나무가 밤새 칼바람에 시달렸나 보다. 낙화의 꽃임에도 자기의 때가 아니면 꺾이고 베일지언정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티니 꽃샘추위의 몽니도 저 동백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춥고 힘들었던 겨울을 보냈기에 봄이 그만큼 소중하고 반갑다. 뜰을 걸으니 이 추위에도 겨우내 나목으로 서 있던 나무에 속잎이 돋아나고 봄의 왈츠가 경쾌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그 섬, 많은 길 가운데 올레길 1.2코스를 좋아한다. 종달이 해변,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라고 노래한 이생진 시인의 시비, 일출봉을 의연히 바라볼 수 있는 광치기 해변과 섭지.. 2022. 9. 1. 매일이 새날이다 매일이 새날이다 / 안규수 나의 취미는 여행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자 역마살이 도져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딱히 어디 갈 곳이 마땅하지 않은 마당에 언제나 따뜻하게 품어 주는 한라산이 보고 싶어 제주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은 떠난 후보다 계획할 때가 더 행복하다. 젊어서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내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내는 둥지를 못 떠나는 어미 새처럼 죽지로 삶을 끌어안고 꼼짝하지 않았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두고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하게 집을 비울 수 없는 형편이어서 그랬다. 제주 절물 자연 휴양림을 홀로 걸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편백 삼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산림욕을 즐겼다. 오름 정상에 오르니 시원.. 2022. 3. 18. 이전 1 ···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