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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작 수필46

길 위의 사색 길 위의 사색/ 안규수 섬진강 매화가 막 꽃망울을 터트릴 즈음 제주를 찾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매서운 바람이 창을 할퀴고 있었다. 창문 밖 뜰 동백꽃 나무가 밤새 칼바람에 시달렸나 보다. 낙화의 꽃임에도 자기의 때가 아니면 꺾이고 베일지언정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티니 꽃샘추위의 몽니도 저 동백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춥고 힘들었던 겨울을 보냈기에 봄이 그만큼 소중하고 반갑다. 뜰을 걸으니 이 추위에도 겨우내 나목으로 서 있던 나무에 속잎이 돋아나고 봄의 왈츠가 경쾌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그 섬, 많은 길 가운데 올레길 1.2코스를 좋아한다. 종달이 해변,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라고 노래한 이생진 시인의 시비, 일출봉을 의연히 바라볼 수 있는 광치기 해변과 섭지.. 2022. 9. 1.
매일이 새날이다 매일이 새날이다 / 안규수 나의 취미는 여행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자 역마살이 도져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딱히 어디 갈 곳이 마땅하지 않은 마당에 언제나 따뜻하게 품어 주는 한라산이 보고 싶어 제주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은 떠난 후보다 계획할 때가 더 행복하다. 젊어서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내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내는 둥지를 못 떠나는 어미 새처럼 죽지로 삶을 끌어안고 꼼짝하지 않았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두고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하게 집을 비울 수 없는 형편이어서 그랬다. 제주 절물 자연 휴양림을 홀로 걸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편백 삼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산림욕을 즐겼다. 오름 정상에 오르니 시원.. 2022.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