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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서평 글쓰기 요령29

개인적 체험이 민족의 역사로 승화 수필가가 주목한 수필집|⑤-안규수 《무진으로 가는 길》(2021, 소소담담) 개인적 체험이 민족의 역사로 승화 백남오 1.수필 〈대꽃피는 마을〉 알베르 까뮈의 이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아무것도 주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가장 큰 불행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사랑이란 말 대신에 수필로 치환시켜도 좋을 듯싶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수필가는 독자를 가질 수가 없다. 가장 큰 불행은 독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사랑하지 않는 작가이다. 독자를 사랑하는 수필가야말로 가장 진정성을 가진 작가다. 이 대목에 이르면 어김없이 안규수 수필가를 떠올리곤 한다. 자기만이 최고인 시대, 너는 없고 나만 존재하는 시대, 결코 타인의 능력이나 노력 .. 2022. 10. 30.
한복용 서평 '무진으로 가는 길' 수필의 특징 중 하나는 실존의 기록이다. 수필에서는 대개 작가가 주인공이며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희로애락과 생로병사, 관혼상제가 수필 속에 있다. 많은 수필가들의 첫 수필집은 그래서 이런 생애의 기록, 그러니까 자전적 논픽션에 가깝다. 따라서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을 바라볼 때 작가의 생애 전반을 염두에 두게 된다. 이번 글은 한 사람의 생애를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하겠다. 첫 번째 해석은 한 사람의 생애에서 최고의 유일한 가치는 부모와 자식을 잇는 징검다리라는 것, 그러니까 혈족 번식이라는 것이다. 한 혈족을 구성하는 모든 개별적 생애는 예외 없이 징검다리이다. 한 인간이 부모로부터 태어나 자식을 낳고 제대로 길러 그 자식이 잘되면 성공한 인생으로 본다. 인류 전체나 하나의 민족.. 2022. 4. 20.
안규수의 '무진으로 가는 길'을 읽다 / 박 춘 창작수필집을 읽는 것을 생각한다. 학창시절 긴 겨울방학 앉은뱅이 책상이나 따뜻한 아랫목 벽에 기댄 채 청소년문고의 이런저런 책들을 읽었던 기억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수필은 아무래도 대도시보다 소읍이나 작은 마을의 자연의 시간이 삶과 어우르는 장소가 읽기에 좋은 것 같다. 대도시 아파트의 환한 형광등불빛이나 자칫 어떤 절제와 의식이 들어설 수도 있는 도서관의 개방적인 곳 보다 혼자서 잠시잠간이라도 온화해진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필이란 마음이 오가는 장르인 탓이다. 작가개인의 체험에서 발현되는 감정선을 따라가고 일체화를 구하는 때문이다. 한권의 수필집은 한 생의 귀환여정의 의식인지도 모르겠다. 수필은 돌아봄에서 찾아내는 자신과 우주인 탓이다. 돌아본다는 것은 재.. 2022. 2. 18.
기억의 재현, 삶의 기록 / 이운경 1. 이야기의 힘, 서사 글쓰기는 생의 불가피성에 도전하는 최후의 몸짓이다. 꿈결처럼 흘러가버린 시간의 가역성을 마침내 수긍하고,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을 되살려내기에 글쓰기만한 것이 있으랴. 가히 한 생애를 살아낸 이의 발화들은 시·공간의 무늬를 품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수필작품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빛과 그늘, 휴머니즘과 생태주의의 세계가 담겨 있다. 아울러 한 존재가 가슴 깊숙한 곳에 품고 있었던 심연深淵을 보여준다. 작가의 발자국이 지나간 공간이라는 수평과 시간이라는 수직이 교직하는 무수한 좌표가 있을 터, 어쩌면 수필 쓰기란 그 좌표 위에 자기만의 문양을 새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일흔 생애를 살아온 발자국에는 월남전의 상흔과 청춘의 흔적들, 가족사의 아픔과 따스한 추억, 아내와 손자를 향한 애틋.. 2021.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