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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서평 글쓰기 요령29

정승윤의 동명동 시절을 읽고 정승윤작가의 수필은 시적 수필이다. 시 같은 아름다움이 있고 비유를 통한 감정이입이 출중하다. 그의 글에는 시적 정신이 살아있다. 내가 그의 글을 좋아하는 것은 시적 풍미 때문이다. 모든 수필이 그러하겠지만 수필의 생명은 진정성에 있다. 그 진정성이 독자에게 교감이 되고 공감하게 한다. 그의 수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상징성이 있고 그 상징은 중요한 문학적 장치이기도 하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항상 맑고 깨끗하며 군더더기가 없고 정확하다. 누군가 ‘문체가 사람이다’ 했듯이. 그의 성품 또한 그의 작품처럼 따뜻하지만 지나침이 없고 결곡하다. 이번 연간 집에 실려있는 작품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소재를 담고 있다. 아름답고 꿈이 서린 어린 시절을 소환하고 있어서다. 할아버지는 생각보다 키가 훨씬 크셨다. .. 2020. 12. 7.
나의 문학적 딜레머/정승윤 나의 문학적 딜레머/ 정승윤 처음 ‘에세이스트’사의 가을 세미나에 강의를 요청받았을 때 저의 대답은 완강한 거절이었습니다. 격에 맞지 않은 짓을 하면 반드시 낭패를 본다, 라는 것이 저의 신조였거든요. 그러나 저의 거절 정도는 완곡한 수락 정도로 여기시고 대뜸 강의의 제목을 물어오셨습니다. 그래서 거절 못하는 유약한 성격 때문에 딜레마다,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강의 제목이 ‘나의 문학적 딜레마’가 되고 말았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글쓰기는 물론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쓰기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 체득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꼭 강의가 아니라도 신앙 간증이나 신앙 체험처럼 저의 문학적 간증이나 체험이 여러분에게 필요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동료 문인의, .. 2020. 12. 6.
희망의 꽃씨를 심다.-박춘의 「오금공원에서 보내는 편지」를 읽고 글은 곧 사람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철학자 뷔퐁이 한 말이다. 이 말을 서두에서 언급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필이라는 장르가 서두의 말에 가장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사유를 버무려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 내는 문학이다. 따라서 수필만큼 그의 사람됨을 확연히 드러내는 장르도 없다 하겠다. 에세이스트 91호에 상제된 박춘의 「오금공원에서 보내는 편지」를 보면 모두에서 언급한 말이 아주 잘 들어맞는다. 이 글에서 미덕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작가가 평생 살아온 삶의 진솔한 태도이다. 그리고 착한 심성이다. 이점이 그의 글이 독자들에게 가장 큰 흡입력으로 작용한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의 수필이 신변잡기에서 벗어나, 한층 사유의 폭이 깊고 넓어진 것이다. 그것은.. 2020. 5. 25.
김종완 평론 '엄나무 가시' 문학을 해서 가장 크게 남는 건 다른 삶을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문학을 하는 건(우리가 서사물을 읽는 이유)는 거칠게 말하면 여러 삶을 구경하는 것이고, 왜냐면 산다는 게 어렵고 어려운 일이어서, 남의 삶들을 들여다보면서 겨우 내 삶의 방법을 배우거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산다고 사는 게 아니다. 까닥 잘못하면 의미 같은 것은 생각도 않고 그냥 살 뻔했다. 아니 삶의 의미를 알면서 살기가 참 어렵다. 왜 어려울까? 애당초 어떤 존재도 의미를 가지고 세상에 던져진 것이 아니다. 텅 빈 의미, 없는 의미를 살면서 세워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있는 걸 찾는 게 아니라 없는 걸 찾아내야 한다.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에서 유의 창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신(神)만이 아.. 2019.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