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안 규수
우리가 손목에 찬 시계는 늘 현재 시각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시간은 늘 우리 곁에 멈춰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인생의 시간이 쉼 없이 흘러가듯, 지구의 시간 역시 돌이킬 수 없이 소모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은 정해진 양만큼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모래시계와 같다. 마지막 모래 한 알이 떨어지는 순간이 우리 인생에 있듯, 지구에도 인류의 문명이 꺾이는 결정적인 순간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안주하며 살아간다.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서 지구과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접했다. 다큐멘터리는 깜깜한 밤, 전조등이 고장 난 자동차를 몰고 가파른 낭떠러지 길을 과속하는 운전자의 비유로 시작한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운전자는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는다. 이 자동차는 바로 지금의 지구를 상징한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낭떠러지로 추락하기 전,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지구 한계 위험선(Planetary Boundaries)'을 설정하고 그 위치를 계산해 냈다. 이는 인류 생존의 전제 조건이자, 지구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지 않도록 지켜야 할 임계점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지구라는 잠자는 거인이 깨어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위기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절망과 무력감은 당연하다. 지구 생태계를 희생시키는 현재의 경제 경계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외면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고개를 들고 우리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한다. 에너지, 식량, 도시, 보건 등 시스템 전반의 전환을 통해 지구 생태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경제성장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의 현실은 마치 타이태닉호의 비극과 닮았다. 당한 만큼 반드시 갚아 주는 게 자연의 이치다. 1912년 타이태닉호의 침몰 당시, 바다는 유난히 고요하고 잔잔해 재앙의 전조는 수면 아래 감춰져 있었다. 주변을 지나던 배들이 빙산의 위험을 여러 번 경고했지만, 누구도 듣지 않았다. 멀리 내다볼 쌍안경은 사물함에 잠들어 있었고, 배는 속력을 높였다. 위험에 대비한 구명보트는 턱없이 부족했다. 재난에 대한 준비가 안 된 방만한 상태에서, 인류가 초래한 이상기후로 인해 빙산이 예년보다 훨씬 저위도까지 남하한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속력과 규모만을 중시했던 오만한 항해는 결국 침몰로 1,500명 이상이 사망한 전대미문의 참극으로 막을 내렸다.
최근의 기상 이변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속도를 증언한다. 지난봄, 4월 초에 피어야 할 섬진강의 벚꽃이 보름이나 일찍 만개했다. 봄꽃들은 피어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이 룰(rule)이 깨지면서 정해진 순서를 어기고 일시에 피었다가 져버리고 마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그 꽃에 의존해 살아가는 곤충의 활동 시기가 어긋나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구 기상 이변의 구체적 사례가 남미 페루의 켈카야(Quelccya Ice Cap) 빙원이다. 수억 년 동안 생성된 이 빙하가 이상기후 온난화로 두꺼운 얼음층이 녹아내리면서 수년 안에 이 빙하가 사라질지도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상기온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에 심각한 여러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운한 전망이 더 이상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다.
남미 브라질의 지구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참히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그 열대우림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곳, 자연의 생태가 보존됐으나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불태워지고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숲은 조용히 쓰러지고, 바람의 숨결은 잿빛 속에 묻힌다. 이런 비극이 언제쯤 종식될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일생을 살다 보면 버리는 쓰레기가 얼마나 될까.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반성하곤 한다. 나부터 일상에서 사소한 것부터 쓰레기를 줄일 생각이다. 모든 상품이 과잉 포장되고 있는 걸 보면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 개인도 그렇지만 기업들이 먼저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것,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소비자들이 먼저 각성하고, 기업들도 환경 오염 문제를 먼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구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마치 무제한 공급되는 것인 양 소비하면 지구는 더 빨리 황폐해질 것이다. 기후변화 같은 환경 역습을 받는 것은 인류의 어리석고 오만한 생활 방식이 불러온 자업자득이다. 노자나 장자가 얘기했듯, 인간은 자연에 대한 공손함이 필요하다. 사람이 인격을 가졌듯 자연도 질서가 있고, 자존이 있다.
지금, 지구 위기의 시간에 쫓기고 있다. 이 모든 재앙은 지구의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여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경고등이 켜진 이 순간, 마침내 운전대를 잡고 속도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