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22 누비처네/목성균 아내가 이불장을 정리하다 오래된 누비처네를 찾아냈다. 한편은 초록색, 한편은 주황색 천을 맞대고 얇게 솜을 넣어서 누빈 것으로 첫애 진숙이를 낳고 산 것이니까 40여 년 가까이 된 물건이다. 낡고 물이 바래서 누더기 같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시골에서 흔치 않은 귀물이었다. “그게 지금까지 남아 있어?” 내가 반색을 하자 아내가 감회 깊은 어조로 말했다. “잘 간수해서 그렇지.”그리고 “이제 버릴까요?” 하고 나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분명히 누비처네에 대한 나의 애착심을 알고 하는 소리다. “놔둬.”그러자 아내가 눈을 흘겼다. ‘별수 없으면서-’하는 눈짓이다. 그것은 삶의 흔적에 대한 애착심은 자기도 별수 없으면서 뭘 그리 체를 하느냐는 뜻이다. 나는 아내의 과단성이 모자라는 정리정돈을 .. 2021. 8. 6. 김형석교수의'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를 읽고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는 올해 백수白壽를 맞은 김형석교수가 수필가로서 평생에 걸쳐 쓴 글들 가운데 알짬만 모은 산문집이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하는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본질적 물음을 마주하게 하는 철학적 내용이 담겨 있다. 1959년에 펴낸 『고독이라는 병』, 이어 1961년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이 두 권의 책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선풍적 사랑과 인기를 독차지 한 베스트셀러였다. 1920년생인 저자는 1954년부터 1985년까지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교수로 재직하고, 퇴직 이후로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집필과 강연은 계속되었고, 일생 동안 써온 수상과 수필을 엮어 2008년『세월은 흘러서 그리움을 남기고』를 펴냈다. 이 책의 표.. 2021. 6. 5. 안규수님의「댓꽃 피는 마을」을 읽고 /박 춘 안규수님의「댓꽃 피는 마을」을 읽고 박 춘 우리는 냉정함을 표현하거나 박정함과 서운한 감정을 표현할 때, 돌같이 무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믿음과 신념을 말할 때는 금강석처럼 단단하다고 한다. 신체의 강건함을 의미할 때는 무쇠를 빌려 무쇠팔. 무쇠 같은 건각이라고 말한다. 변.. 2020. 1. 6. 반전 묘妙 김홍기의 '질긴 것'을 읽고 시의 마음, 소설의 시점. 희곡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수필의 나. 수필의 '나' 는 그냥 내가 아니라 '나'라는 인격체가 사는 세상이자 그 세상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수필의 '나'는 '우리'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가까운 해남 산이면에서 태어나 머나먼 타향 미국으로 이민 간 저자, 등단작 '.. 2019. 12. 8.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