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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병후에' 봄이 오는도다. 풀어버린 머리로다.달래나물처럼 헹구어지는상긋한 뒷맛이제 피는 좀 식어제자리 제대로 돌 것이로다. 눈여겨볼 것이로다, 촉 트는 풀잎,가려운 흙살이 터지면서약간은 아픈 기도 있으면서아, 그러면서 기쁘면서……모든 살아 있는 것이형뻘로 보이는 넉넉함이로다. 땅.. 2014. 5. 21.
신석정, 「차라리 한 그루 푸른 대로」 성근 대숲이 하늘보다 맑아 댓잎마다 젖어드는 햇볕이 분수처럼 사뭇 푸르고 아라사의 숲에서 인도에서 조선의 하늘에서 알라스카에서 찬란하게도 슬픈 노래를 배워낸 바람이 대숲에 돌아들어 돌아드는 바람에 슬픈 바람에 나는 젖어 온몸이 젖어…… 란아 태양의 푸른 분수가 숨막히.. 2014. 5. 21.
새/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내가 죽는 날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한창인 때에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슬픔과 기쁨의 주일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새여 .. 2014. 5. 21.
만년/황학주 조용한 동네 목욕탕 같은 하늘 귀퉁이로 목발에 몸을 기댄 저녁이 온다 만년은 갸륵한 곳 눈꺼풀 처진 등빛, 깨져간다 눈꺼풀이 맞닿을 때만 보이는 분별도 있다 저녁 가장자리에서 사랑의 중력 속으로 한번 더 시인이여, 외침조차 조용하여 기쁘다 하늘 귀퉁이 맥을 짚으며 물 흐르는 소.. 2014.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