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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향/백석 ‘고 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 2014. 5. 23.
멍/ 이승하 그대 목덜미와 손등에 남아 있는 푸른곰팡이 같은 멍을 보았네 파스가 가리지 못한 멍은 매맞던 시간을 반추하고 있을까 멍이 대신해 그대 아팠었다고 말해주고 있네 그대 아무 말 없이 차창 밖 한강 풍경을 보고 있지만 검붉게 노을 지는 한강을 넋 놓고 보던 그대 눈망울에 서서히 맺히.. 2014. 5. 22.
파꽃길/문정희 흰 파꽃이 피는 여름이 되면 바닷가 명교리에 가보리라 조금만 스치어도 슬픔처럼 코끝을 건드리는 파꽃냄새를 따라가면 이 세상 끝을 닿는다는 명교리에 가서 내 이름 끝에 부르는 바다를 만나리라 어린 시절 오줌을 싸서 소금 받으러 가다 넘어진 바위 내 수치와 슬픔 위에 은빛 소금.. 2014. 5. 22.
푸른 5월/노 천 명 靑磁빛 하늘이 육모정 탑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女人 생수 치마에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正午 계절의 女王 5월의 푸른 女神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면 데 하늘을 본다.. 2014.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