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69 침묵하는 연습/유안진 침묵하는 연습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 2018. 5. 3. 촉 - 나태주 촉 나태주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2018. 1. 28. 풀 - 김수영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金洙暎)이 지은 시. 작자의 말기를 대표하는 시작품으로 그가 죽기 얼마 전에 쓴 것이다. 3연 18행으로 된 이 작품은 ‘풀’과 ‘바람’이 대립관계를 이루고 있다. ‘풀’과 ‘바람’의 반복적인 구조와 효음(效音)을 제외하고 문맥상으로는 어떠한 메시지도 전달받지 못한다. 단순히 ‘눕다’·‘일어나다’·‘울다’·‘웃다’라는 4개의 동사가 반.. 2018. 1. 28. 오월 / 피천득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 2016. 5. 3. 이전 1 2 3 4 5 6 7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