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68 가정 - 박목월(1916∼1978)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 2015. 9. 3.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오동은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바탕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2015. 7. 18. 자화상/고 은 밥을 구하려 종각역에 내려서 청계천 건너 다동 빌딩 숲을 왔다갔다 한것이 이십년이 넘었다 그러는 동안 내 얼굴도 도심의 흰 건물처럼 낡고 때가 끼었다 인사동 낙원동 밥집과 술집으로 광화문 찻집으로 이런 심심한 인생에 늘어난 것은 주름과 뱃살과 흰 머리카락 뿐이다 남의 비위를.. 2015. 7. 17. 자화상 /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 2015. 7. 11. 이전 1 ··· 4 5 6 7 8 9 10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