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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수필159

벌새 크리킨디 이야기 /박경주 숲이 타고 있었습니다. 숲 속의 동물들은 앞 다투어 도망을 갔습니다. 그런데 '크리킨디'라는 이름의 벌새만은 부리에 물을 한 방울씩 담아 와서는 왔다갔다 산불 위에 떨어뜨리길 반복했습니다. 동물들이 그 광경을 보고 "그런 일을 해서 도대체 뭐가 된다는 거야?" 라고 말하며 비웃었습.. 2013. 5. 20.
이 륙離陸 /박경주 "이제 엄마 생활을 찾으세요." 두 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을 듣는 순간, 현기증이 났다. 목구멍에 울음이 걸렸다. 글쎄 내 '생활'이 뭐였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가정과 자식을 뺀 내 생활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업주부가 되어 삼십년을 살다보니 내가 곧 그들이었다. 자질구레한 집안.. 2013. 5. 20.
서울이네 집 / 박경주(朴景珠) 서울이는 제 방에서 나와, 소파에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이게 뭐예요?" 서울이는 사과 그림을 가리키면서 묻는다. "서울아, 음 그건 복숭아야." "아냐, 엄마가 사과라고 했어." "할머닌 늙어서 잘 몰라. 너도 늙어봐라, 할머니 같이 되지." "할머니, 그럼 이건 뭐야?" 이번엔 진.. 2013. 5. 20.
해바라기 / 오창익 거름을 준 논밭이 아니라도 좋다. 주인의 인정어린 손길이 닿는 화단이 아니라도 무관하다. 시골이나 도회지를 따지지 않고, 진 데 마른 데를 가리지 않고 버려진 한 뼘의 공지만 있으면 가나안의 복지(福地)인양 뿌리를 내려 기름지게 피는 꽃이 해바라기다. 멀리 북미(北美) 대륙이 고향.. 2013.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