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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수필159

마로니에/이민혜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혹시 출판사에서 알려준 번호를 한두 개 잘못 누르지는 않았는지 불안하여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숫자를 눌렀다. 대여섯 번 벨이 울린 후에야 저쪽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저,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머뭇거리며 나를 소개하자.. 2014. 5. 19.
간격/안정혜 우리에게 ‘거리(距離)’가 필요함을 확실히 안 것은, 밀림이 되어가는 과수원을 보면서였다. 밀감나무가 어릴 때는 방풍수(防風樹)도 바람막이로 큰 역할을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햇빛을 차단하는 피해수가 되었다. 그 방풍림 정리만 해도 귤나무는 좋아했다. 또 얼마 지나니 과수원.. 2014. 5. 16.
사인용 식탁/김채영 식탁 하나가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잠자리에 누우면 아담한 사인용 식탁이 떠올랐고, 그것을 중심으로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이 활발하게 그려지곤 했다. 식탁에 우선 빨간 타탄무늬 식탁보를 깔고 싶었다. 그 생각 속에서 수없이 갓 지은 밥과 노릇하게 구워진 .. 2014. 5. 13.
그에게 열광하다/김서령 죽은 윤택수의 박물지를 읽는다. 엊저녁 읽던 것을 아침에 가방에 넣어가지고 왔다. 이 친구의 글만큼 날 격렬하게 만드는 게 없다. 십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두어 문장만 읽으면 핑그르르 눈물 돈다. 아무리 누선 관리가 안 되는 갱년기의 나라지만 윤택수, 그는 내 정서의 핵.. 2014.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