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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수필159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 안규수추천 0조회 11917.08.08 10:52댓글 1 북마크공유하기기능 더보기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 두 산山 틈에서 나온 하수河水는 돌과 부딪쳐 으르렁거린다. 그 솟구치는 파도와 성난 물결과 슬퍼하며 원망하는 여울이 놀라 부딪치고 휘감아 거꾸러지면서 울부짖는 듯, 포효하는 듯, 고함을 내지르는 듯 사뭇 만리장성을 깨뜨릴 기세다. 1만 대의 전차, 1만 명의 기병, 1만문의 대포, 1만개의 전고戰鼓(전투할 때에 치던 북)로도 우르릉 쾅쾅 무너뜨려 짓누르고 압도하는 듯한 물소리를 형용해 내기엔 부족하다. 모래 벌 위 거대한 바위는 한쪽에 우뚝 서 있다. 강둑의 버드나무 숲은 어둑하여 강江의 정령精靈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람들에게 장난을 거는 듯하고, 양옆에선 교.. 2023. 6. 21.
심생의 사랑 (沈生傳)/ 李 鈺 심생의 사랑 (沈生傳)/ 李 鈺 안규수추천 0조회 9917.07.24 21:20댓글 2 북마크공유하기기능 더보기 심생은 서울의 사족士族이다. 약관弱冠(관례를 치르지 않은 젊은 나이)의 나이에 용모가 준수하고 희멀쑥하며 풍정風情이 물씬 풍겼다. 어느 날 운종가(현재의 종로)에서 상감님의 행차하시는 거동을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어떤 힘센 여종이 빨간 비단보자기로 한 처녀를 덮어씌운 채 등에 업고 가는 것이 보였다. 또 갈래머리를 한 여종 하나가 다홍 비단 운혜雲鞋(구름무늬를 넣은 여자의 신)를 들고 그 뒤를 따르는 게 아닌가. 보자기 안을 알 수는 없었지만, 보자기 속에 들어 있을 사람 몸의 크기를 바깥에서부터 어림으로 재어보니,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어린 계집아이는 아니었다. 그는 마침내 착 붙.. 2023. 6. 21.
김기림의 짧은 수필 「길」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3시 강의를 듣는 박인애입니다. 도움이 되실까 하여 수업 중에 언급하였던 김기림의 「길」을 소개합니다. 이 작품을 시로 소개하는 분이 많고 그리 알고 있는 분도 많으나 수필입니다. 짧은 수필이지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김기림의 「길」을 갈래는 서정시 자유시 참여시라고 버젓이 올려놓은 학술자료도 많습니다. 이 수필은 1935년 조선일보사 출판부가 발행하던 《조광》이라는 순수문학 잡지에 게재했던 글 중 하나입니다. (「길」은 1936년 3월에 발표). 그림과 함께 실렸다는 것은 오늘 신재기 교수님 강의를 듣고 알았는데요. 그림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기림은 1948년에 조광, 조선일보, 신동아, 여성, 중앙, 삼천리, 문장 문화일보 등에 기고했던 수필을 모아 엮은 『.. 2022. 12. 7.
겨울의 기침 소리 겨울의 기침 소리 이어령 겨울의 시인들은 모두 감기에 걸려 있다. 그래서 그들이 시를 쓰는 것은 바로 그들의 기침 소리이기도 한 것이다. 겨울밤에는 문풍지를 울리는 바람소리나 강에서 얼음 죄는 소리만이 들려오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엿듣고 있으면, 어디에선가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기침 소리는 허파의 가장 깊숙한 밑바닥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이다. 그 소리는 아직도 허파 속에 생명이 숨 쉬고 있다는 선언이며, 겨울잠에서 깨어나라는 경고의 목소리이다. 기침 소리는 무슨 음악처럼 박자나 화음이나 음계 같은 것으로 울려 오지 않지만, 혹은 언어처럼 명사와 동사 그리고 그것을 수식하는 형용사와 부사 같은 문법(文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어떤 미열과 고통 그리고 미세한 바이러스를 거부하는 분노 같은.. 2022.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