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수필46 지구는 큰일 났다! 어린 시절 살던 시골은 완전 들판이었다. 너른 들과 마을 뒤 우뚝 솟은 징광산 밖엔 볼 게 없는 농촌, 나지막한 언덕이 있고 끝 간 데까지 들판이 펼쳐진 곳이 내 고향이다. 대숲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대숲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이 참 좋다. 바람에 사운거리는 소리, 큰바람이 일 때 대숲 일렁이는 소리는 지금을 잊을 수 없다. 그 소리는 묘하게 내 무의식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느 날 TV에서 프랑스 지역에 있는 알프스의 고원 하얀 눈이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알프스, 흐린 하늘과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흰 구름, 멀리 펼쳐진 검은색 바위가 담아낸 신비로운 풍경은 나의 시선을 단박에 빼앗는다. 알프스 고원지대의 설산은 나의 버킷리스트 1위 이기도 하다. 그런 설산의 .. 2023. 12. 1. 불의 심판 새벽 먼동이 터오면 서재 창문을 열고 아침 해를 맞다. 뜨거운 바람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처서가 지났는데도 이 열기는 여전하니 과연 언제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올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말 덥다. 오후 4시면 도심 웰빙숲 산책을 나선다. 오늘의 이 현상은 기후과학자들이 경고했듯이 지구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지구는 여러 징후를 보여주었다. 인간이 모른 척 외면했을 뿐이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위에 ‘적응된’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몇 주 동안 40도가 넘는 여름은 처음이라고 한다. 25도만 넘어도 온 국민이 환호하던 과거 독일의 여름. 이제 매년 35도 넘는 여름을 경험하지만, 여전히 에어컨 설치는 거부하고 있다. 더위에 지친 시뻘건 얼굴로 “에어컨은 더운 나라에서.. 2023. 12. 1. 북두칠성 북두칠성 / 안규수 ‘광야 원정대’는 성경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는 테마였다. 그것은 약속의 땅을 정탐할 사명을 가진 열두 정탐꾼의 이야기이다. 모세는 각 지파에서 뽑은 열두 명의 지휘관들에게 약속의 땅에 먼저 가서 정탐하라는 명령과 함께 그들을 파송했다. 그것이 광야 원정대다. 사십 일 동안 정탐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 그 땅에 대해 악평을 쏟아놓았던 날이었다. 성서력으로 아브월 9일을 티샤브 아브(Tisha B’Av)라고 해서 이스라엘은 그날을 자신들의 국치일로 기념하고 있다. 8월 8일이 그날이었는데, 유대인들은 일 년 중 그날을 가장 수치스럽고 후회되는 날로 기억하고 통곡의 벽 앞에서 검은 상복을 입고 마음을 찢는 회개의 애곡을 외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땅을 악평했던 그들의 말로 인해 이스라엘.. 2023. 12. 1. 봄의 소리 왈쯔 섬진강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봄이 오면 생명들은 저마다 자기 할 일로 분주하다. 더는 미룰 수가 없다. 새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눈에 띄게 활발하다. 종달새와 붉은머리오목눈이와 직박구리가 기지개를 켜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새들의 날갯짓이 제법 힘차다. 이렇듯 봄날 햇볕을 받는 모든 생명은 약동한다.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묻혀 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 … 아무 병 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서정주 시인의 「봄」이다. 이 시는 봄이면 자주 읊조린다. 상실과 쇠락의 계절을 견딘 사람은 회복과 도약의 새 계절을 맞는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도 빨라진다. 이런 봄날을 그냥 보낼.. 2023. 12. 1. 이전 1 ··· 3 4 5 6 7 8 9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