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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작 수필43

봄의 소리 왈쯔 섬진강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봄이 오면 생명들은 저마다 자기 할 일로 분주하다. 더는 미룰 수가 없다. 새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눈에 띄게 활발하다. 종달새와 붉은머리오목눈이와 직박구리가 기지개를 켜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새들의 날갯짓이 제법 힘차다. 이렇듯 봄날 햇볕을 받는 모든 생명은 약동한다.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묻혀 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 … 아무 병 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서정주 시인의 「봄」이다. 이 시는 봄이면 자주 읊조린다. 상실과 쇠락의 계절을 견딘 사람은 회복과 도약의 새 계절을 맞는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도 빨라진다. 이런 봄날을 그냥 보낼.. 2023. 12. 1.
바람의 노래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럽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자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영실 계곡의 수려한 단풍 숲이 보고 싶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여행은 떠난 후보다 계획할 때가 더 행복하다. 젊어서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내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내는 둥지를 못 떠나는 어미 새처럼 날개 죽지로 삶을 끌어안고 꼼짝하지 않았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두고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짚을 비울 수 없는 형편이어서 그랬다. 제주 절물 자연 휴양림을 홀로 걸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편백 삼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산림욕을 즐겼다. 어느새 오름 정상이다. 시원하게 트인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분화구 능선을 한 바퀴 돌고 나자,.. 2023. 12. 1.
모녀의 비밀 눈이 내린다. 오늘같이 눈이 내리는 날은 방 안에 앉아 존 케이지의 소리 없는 연주, 를 감상하면 제격일 것 같다. 온통 하얀 세상에서 침묵의 묘미에 빠져보는 것, 겨울만이 주는 축복이 아닐는지 모른다. 외로움이 사람을 현자로 만든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워킹맘으로 위장한 킬러조차 자식을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하는 동서고금을 초월한 부모의 진리는 ‘너희만 행복하면 굴욕도 참을 수 있다.’이다. 거기에 ‘엄마 없인 못 살지만, 엄마랑은 못 산다’라는, 인터넷에 떠도는 자식들의 글을 보고 명언이라고 무릎을 치며 웃은 적 있다. 엄마랑은 못 산다고 손사래 치는 자식 입장을 충분히 안다. 물론 자식 쪽에서만 힘든 게 아니다. 성년이 되기 전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 또한 이런 말에 ‘난들 너랑 사는 게 쉬울.. 2023. 12. 1.
따오기 노래 지난 오월이었다. 산책길에 동네 서점에서 동요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 무척이나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 형언할 수 없는 감회는 동심의 세계로 날 이끌어갔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작은 소리로 가만히 따라 불렀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순간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목이 메어왔다. 향토적 서정과 애상적인 가락, 청아한 목소리가 불러온 향수에 가슴이 촉촉이 젖었다. 초등학교 그 시절 「따오기」는 국어 시간에 작품 감상을 공부했고, 음악 시간에는 노래를 배웠다. 등과 더불어 유년 시절의 추억을 대표하는 애창곡이었다. 한정동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작곡한 동요 .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을 '내 어머니', '내 아버지'로 표현한 노래지만, 듣고 있으면 엄마가 생각나는 정.. 2023.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