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68 낡은 나무배 하나 /최재경 시인 낡은 나무배 하나 최재경 바람이 불거나 눈비를 맞고 얼마나 흔들렸을까 물 위를 걸어다니는 소금쟁이처럼 가볍게 떠도는 꿈 물속을 화려하게 노니는 비단잉어 같은 꿈만 꾸다가 방죽을 떠나서 강으로 바다로 가야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 새 해 지는 쪽으로 .. 2015. 3. 27. 장자의 빈배 (虛舟) 빈배 (虛舟) 方舟而濟於河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有虛舟來觸舟 빈 배가 와서 그의 배에 부딪치면 雖有__心之人不怒 그가 아무리 성격이 나쁜 자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有一人在其上 그러나 그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則呼張__之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 2015. 3. 20. 약 속/ 홍윤숙 약 속 온종일 속옷 적시고 속살 적시고 마른 딱지 솔솔 붓끝으로 헤집으며 사븐사븐 뼛속으로 젖어드는 비 이 비 그치면 저 숲의 잿빛 나무들 일제히 연록색 발진으로 전신이 가려워 미칠 것이다 절개도 없이 무너질 것이다 마른 살 톡톡 실밥 터트리며 간질이는 비의 손끝 그 손끝에 닿으.. 2015. 3. 16. 넘어짐에 대하여 /정호승 넘어짐에 대하여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 2015. 3. 10.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7 다음